이 은 규    한국고구마산업중앙연합회장

 

지난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우리 농업현장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농업의 재해율이 전체 산업 평균 0.56%보다 1.2∼1.6배 높은 0.81%에 이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244명이 농작업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시민재해의 정의는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했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적용하는 법이다. 사고 발생 시 농장주 같은 사업 대표자를 무겁게 처벌하고, 손해배상액 한도가‘손해액의 5배’로 설정되어 있어 최고 한도에 달한다. 

농업현장에서는 재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농기계 체인이나 벨트에 신체 일부가 끼이거나 눌리 수 있고, 추락 등 농기계로 인한 재해 발생이 잦다. 또, 나무나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한여름에는 폭염에 쓰러지는 농업인도 많다. 농업은 제 때 농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부터 농촌에 외국인이 부족한 탓에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력을 주로 의존하는 농업도 늘어난 인건비와 폭등한 자재 값 등으로 농장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원을 줄여 작업하는 양이 늘고, 서두르다보니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농작업 중 손상사고 발생율도 2015년 1.9%에서 2021년 2.4%로 증가했다. 농업인수는 줄고 있지만 사고, 질병 발생 모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소차, SS기, 농작물 선별기 등 장비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업의 특성상 대부분 농장주도 함께 농작업을 하기 때문에 고용한 노동자를 따라다니면서 안전을 체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농장주 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농장주에게 가혹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묻는 것에 대해 물음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장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농장주들도 재해예방에 대해 만전을 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말한대로 농작업 도중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농장주가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의 농장주도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의 수립 및 이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크게 4가지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상시로 고용하는 내·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불법체류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되고 있어 상세한 설명과 교육이 필요한 산업이 농업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아직 농업현장에서는 이 법에 대해 모르는 농장주들도 많다. 주변에는 겨울철 빙판에 노동자가 미끄러져 다치면 무조건 구속된다고 생각하는 농장주도 있다. 또, 특히, 외국인들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도 약하기 때문에 농장주로서는 긴장감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농장주들도 고용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의든, 타의든 농작업 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농장주가 구속되면 농장도 무너지고,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럼에도 지금은 처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예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하고, 후속 대책도 속히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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