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30주년 국제학술세미나

“우리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하는데 의지를 모으고, 국제화·세계화 속에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농업·농촌문제를 서로 짚어 봄으로써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 이번 세미나의 취지를 밝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원장의 개회사다.

지난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원 30주년을 맞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농업·농촌의 당면 과제와 한·중·일 협력방안’을 주제로 국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두안잉비 중국농업경제학회장과 쇼겐지 신이치 일본 동경대학교 농학부장, 박정근 전북대학교 교수가 세 나라를 대표해 기조연설 했다.

‘중국의 농업정책과 농촌발전’을 발표한 두안잉비 중국농업경제학회장은 “중국은 식량자급의 실현, 농업의 대외개방, 농가도급경영제도 등의 당면과제가 있다”며 “농업기초시설건설을 강화하고 농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농민소득의 증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한·중·일 3국의 농업은 상호보완성이 강하고 협력의 전망이 밝다”며 “중국은 넓은 땅과 시장, 다양한 기후와 작물, 풍부한 노동력이 앞서고, 한국과 일본은 선진기술과 우량품종, 경영기법, 풍부한 경험 등의 장점을 서로가 나누는 협력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식품·농업문제의 특징과 농정 개혁: 현대 일본의 도전’을 발표한 동경대학교 쇼겐지 신이치 농학부장은 “일본은 1999년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식료의 안정공급 확보 △다면적 기능 발휘 △농업의 지속적 발전 △농촌진흥의 네 가지 기본이념을 확립했다”며 “이후 2005년 만들어진 ‘제2회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으로 농정개혁의 기본 방향이 분명해 졌다”고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일본 농정개혁의 기본 방형은 △후계인력 확보와 육성 △경작포기지 대책과 농업 진입 촉진 △농지·물·환경보전 향상대책 도입이다.

또한 “일본의 연간 음식비 지출 총 80조엔 중 농수산업에 귀속되는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나머지 81%는 가공·유통·외식 등 식품분야에 이전 또는 부가되는 가치”라며 “식품산업과 연계없이 농업재건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품산업을 포함한 농업경영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농업문제의 딜레마와 한·중·일 협력방안’을 발표한 전북대학교 박정근 교수는 “경제발전과 농업발전은 단계에 따라 달라지며 한·중·일의 발전단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상호 협력을 통하여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방안모색이 3국의 직면과제”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농업협력은 공동 비전이 설정될 때 가능하다”며 “동아시아 농업협력 단계를 지나면 동아시아 농업공동체 구성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은 서울대학교 정영일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국농업의 전망과 동북아 국제협력’을 주제로 성균관대학교 오호성 명예교수는 “한·중·일은 농수산물의 무역량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수입식품에 대한 위생규정과 검사규정, 식품의 성분과 칼로리 표시 등에 대하여 국제표준에 따르거나 각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항목을 추가하여 규칙을 통일하는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아시아 농업문제와 한·중·일 협력방안’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박현출 농업정책국장은 “3국 농업의 공통점은 경기면적이 좁고, 노동집약적이며, 쌀 중심 가족농 위주”라고 진단했다. 박 국장은 “1단계 기반구축, 2단계 협력, 3단계 농업공동체를 위한 동아시아 농업공동체 구상을 위해 농업협력회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국가별 영역을 벗어나 동아시아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농산물의 생산 및 교역확대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인 박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칫 3국의 FTA를 조장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중·일 농촌개발 협력방안’에 대해 충남대학교 권용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한·중·일 농촌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3국의 농촌개발 관련 연구기관간의 교류협력이 무엇보다도 선도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상호간 연구정보의 교류와 협력은 21세기 동북아 경제공동체로의 진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농촌주민들의 공동 번영이라는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화 물결속의 한·중·일 농업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고려대학교 한두봉 교수는 “그동안 서로 견제했던 3국의 관계에서 벗어나 존중과 신뢰 속에서 다양한 정책공조는 물론 쌀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경연 김정호 부원장은 3국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로 △적정 수준의 곡물농업 유지 △농산물 무역과 관련해 3국의 농업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 △농업 발전을 위한 연구와 정책 공유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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