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에 내준 국내 당근시장 되찾아 올 겁니다”

한국당근, 수확·세척·선별 기계화로 수입산 당근과 ‘한판’


기계화로 출하비용 70% 절감…농가 수취가격 높여 나갈 것 

 

 

값싼 수입산 당근에 밀려 깊은 침체기에 놓인 국내 당근산업의 재도약을 외치는 이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농업회사법인 한국당근 박선근 기술이사. 


부친에 이어 당근 농사를 십수년간 지어왔던 박 이사는 한때 3만평 규모의 당근 농사를 지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중국산 당근이 수입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빚만 늘어나는 당근 농사는 잠시 접고 프랑스로 떠나 농기계 제조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5년간의 외도를 끝내고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이사는 “5년간 프랑스 농업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결국 국내 농업도 기계화로 전환되지 못한 품목은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것” 이라며 “국내 당근산업이 수입산에 밀렸던 것도 결국은 기계화를 추구하지 못한 탓이 컸다” 고 말했다. 


박 이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염두에 뒀던 당근 수확기, 세척기, 선별기 등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완료했다. 그동안 인력으로 수확하고 선별하고 포장하던 가내수공업 방식에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박 이사가 발명한 수확기는 땅속에 있는 당근이 수확기 롤러를 타고 톤백 마대에 곧장 담는 방식이다. 2,000평 규모의 당근밭을 수확할 경우 인력으로 120명이 필요하지만 이 수확기는 8시간이면 수확을 마칠 수 있다. 

공기방울 세척을 마친 당근이 선별기로 이동해 4가지 크기로 선별되는 장면. 

 

세척기계도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를 추구했다. 기존 세척장비는 브러쉬 타입으로 당근을 세척할 경우 당근 겉면이 벗겨져 상품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 고민이 컸던 박 이사는 세탁기를 보고 공기방울 방식을 떠올렸다. 공기방울을 통해 당근을 세척한 결과 표피는 물론 당근의 잔털까지 생생해 상품성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선별기도 무게와 크기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선별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이나 거래처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 납품이 가능해졌다. 


박 이사는 “새롭게 개발된 수확기·세척기·선별기 등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접목될 경우 출하비용을 7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수입산 당근과 경쟁이 충분하다”면서“출하비용이 절감되는 비용은 상당부분 농가들의 수취가격 상승에 반영돼 농가들이 안심하고 당근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당근 총 소비량은 22만톤 수준으로, 이중 11만톤 내외가 수입산이 점유하고 있다. 박 이사는 국내 당근산업이 기계화를 통해 활발한 행보를 전개할 경우 수입물량의 50% 이상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 이사는 “수입당근은 세척되고 소포장 형태로 국내 식탁을 빠르게 점유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도 세척당근 출하로 변화해야 한다”면서“요즘의 소비자들은 간편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시대흐름인데 언제가지 흙 묻은 당근을 내놓을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끝으로 박 이사는 “국내 당근산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과거 당근 농사를 통해 쓰디쓴 실패를 맛봤기 때문” 이라며 “이제는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재배농가들의 소득향상은 물론 국내산 당근이 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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