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철  전국 인삼농업 비상대책위원장

 

현재 인삼농가는 곡소리가 나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19 이후 인건비는 물론이고 자재값, 기름값 같은 생산 단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삼가격이 폭락하면서 재고 쌓여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3~4년후에도 인삼값이 오를 것 이라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10년 전 4만 원이 웃돌았던 수삼 10뿌리 한 채의 가격이 지금은 2만 6,000원에 불과하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동안 인삼은 거의 40% 하락했는데, 지난 10여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매년 평균 2% 가량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60% 이상 떨어진 셈이다.
2012년 1조 831억원이었던 인삼 생산액도 2022년에는 7,709억원으로 30% 가량 떨어지면서 인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쌀과 배추 같은 작물은 정부가 나서서 수매를 해주지만 인삼은 대상이 아닌 점도 문제다. 


인삼산업법에는 ‘농림식품부 장관은 인삼류의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생산자 단체로 하여금 인삼류를 수매해 비축·방출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와 인삼농협 등의 민간 수매량은 전체 생산량의 30%에 못 미친다.


수매가 역시 턱없이 낮다. 2022년 KGC인삼공사와 인삼 농가는 인삼 수매가격을 두고 논의했지만 전년 대비 7.1% 인상하는데 그쳤다. 당시 인삼 농가들은 18%를 요구했지만 50%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인삼은 농산물 중에 유일하게 법으로 만들어서 정부가 터치를 할 수 있는 작물이다. 다시 말해서 법을 만들어놓고 규제는 하면서 인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방관한다는 것이다. 인삼 역시 우리나라의 작물이고 보호받아야 한다. 농가들이 힘들때는 빨리 바로잡아서 정상화를 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 인삼농가들은 꼭 1년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1,000명이 모여‘인삼 농가 생산비보존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대출자금(인삼식재자금) 상환 유예 ▲정부 인삼독립기관 설치 ▲인삼 비축자금제도 등 3대 요구를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삼 농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1,500년 역사를 가진‘고려인삼’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만큼 세계 인삼시장에서 최고라고 찬사를 받는 우리 인삼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천대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농가들이 인삼 재고량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인삼을 다른 작물처럼 수매 대상에 포함시켜 재고를 소진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출자금 상환 유예 같은 경영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나와야 한다. 


이밖에도 지금 법으로는 검사소에서 인정받은 곳에서만 인삼을 팔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농산물우수관리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확보된 인삼은 미검사품의 거래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곳이 아니면 인삼을 살 곳이 없기 때문에 소비가 더 안되는 측면도 있다. 


편의점도 좋고 언제든 소비자들이 원할 때 한 뿌리라도 사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나라 인삼시장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장기적이고 세밀한 인삼산업 대책을 마련해주길 당부 드린다. 부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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