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민원’에 축산농 생존 위협
안성시는 폐업 지원제도 도입
농가는 저감기술 찾아 ‘삼만리’
국가연구기관, “시설투자 중요”

 

 

냄새 민원이 잦아 축산농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국가연구기관인 축산과학원은 뚜렷한 대안기술을 내놓지 못한 채 기존기술 적용과 시설투자만을 강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축사나 가축분뇨 퇴비·액비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질소화합물과 황화합물, 페놀, 지방산 등‘냄새 물질’이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악취의 원인이 된다. 이 냄새를 줄이려면 원인 물질 자체를 줄이거나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육류소비 증가에 따른 축산업 규모 확대는 도시화나 농촌개발 세태와 상충관계에 놓이게 되면서 환경 민원이나 냄새 민원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주거지역과 가까운 농장에 대한 축산환경 개선 요구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남 보성에서는 반복된 축산냄새 민원에 시달리던 양돈 농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농장주는 2019년에 민원이 제기돼 개선명령과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후 냄새를 줄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또다시‘악성 민원’이 괴롭히자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성시는 지난해부터 고질적인 축산냄새 발생 농장이 폐업하거나 이전하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축산냄새 민원이 제기되는 농장의 폐업을 지원하는 것은 전국 최초 사례다.


안성시는 지난해 7월 “시설개선이 어려운 고령농, 소규모, 민원 다발 농가 등 악취 저감 능력이 취약한 양돈농장에 대해 축사 이전명령을 통한 보상금 지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양돈농장 세 곳에서 폐업 지원사업을 신청해 추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당시 안성의 한 양돈 농가는 “축산냄새를 잡지 못하면 민원이 끊이지 않아 돼지를 계속 키울 수 없는 지경” 이라며 “수십 년 돼지를 키우며 마을 주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범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 힘들다” 라고 했다.


축산농들은 이제 냄새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물리적,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에 축산냄새를 잡을 묘책을 찾아다니고, 효과가 있다는 기술이면 이것저것 해보는 상황이다.


충남 홍성의 한 양돈 농가는 “축사와 돼지, 일꾼의 청결은 기본이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라는 시설은 대부분 해놓고 농장 울타리 안쪽으로 방취림이라고, 냄새를 막으려 나무를 숲처럼 가꾸고 있다” 라며 그렇게 온갖 노력을 해야 민원이 사그라든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은 지난 2022년 그간 제안된 축산냄새 저감기술을 망라해‘축산냄새 이렇게 잡아라’라는 제목의 ‘축산냄새 저감 매뉴얼’ 을 펴냈다. 사료와 첨가제 급여 단계에서의 냄새 줄이기, 바이오 커튼 등 축사 환경개선 방안, 가축분뇨 관리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소개했다.


성장단계별 적정 사료 단백질 급여, 사포닌 등 식물성 첨가제 급여, 사료 내 생균제 첨가, 탄수화물 추가 급여, 슬러리(분뇨 오니) 저장 기간 단축, 부숙액비 순환 사용, 돈사 외벽과 환풍기 쪽 차광막 설치와 안개 분무, 세정수 살포하는 탈취탑 설치, 철저한 고액(고분·액체) 분리와 액비 제조·저장 관리기술 등이 제시됐다.


축산과학원은 “축산시설, 사양관리, 경영형태 등이 다양하기에 축산냄새 저감을 위해 표준화된 하나의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라며 “관련 기술개발, 정책 시행, 농가 의지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축산냄새를 줄일 수 있다” 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책자에 소개한 기술들이 대부분 오래전에 개발한 기술로, 효과가 미미한 수준인 데다 그나마도 시설투자비가 만만찮고 생산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뭔가 획기적인 기술을 기대하는 농가로서는 마뜩잖다는 얘기다.


홍성의 한 양돈 농가는 “축산과학원이 최신기술이라고 소개한 바이오 커튼이나 안개 분무 방식은 나온 지 한참 됐고 현장 보급도 많이 되지 않았다” 라며 “표준 기술은커녕 민간에서 시도하고 개발한 기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 이라고 지적했다.


축산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술개발 발표가 없다는 질문에 “액비 순환 효율을 높이는 기술, 바이오가스 연계 기술, 고액분리 고도화, 분해효소 억제 등 축산냄새 저감기술과 관련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시설투자 없이 손쉽게 악취를 줄일 방법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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