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세 리    국립농업과학원 유해생물과 연구관

 

 

좋은 농산물이란 한 마디로 값싸고 맛있고 보기에도 좋으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업 생산물이라 볼 수 있지만, 시대에 따라 좋은 먹거리의 기준은 달라진다. ‘좋다’ 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반영하는 보편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반까지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 때문에 양(量)이 최고 가치였다. 이러한 상황은 ‘녹색혁명’ 으로 쌀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7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었다.

녹색혁명의 성공으로 끼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여건이 된 1970~80년대에는 양에서 ‘다양함’ , ‘영양’ 이 좋은 농산물의 기준으로 변화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식단의 중심이 되는 김치를 비롯한 나물거리, 국, 찌개 등으로 관심의 폭이 넓어져 채소, 과일, 육류의 수요가 확대되었다.


2000년대 먹거리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해서 일어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게 되었다. 21세기 초반 전 세계를 강타한 ‘웰빙’ 문화는 농산물에도 양과 질을 넘어서 ‘농산물의 기능성’ , ‘생산자에게 이익 환원’ , ‘환경 보존’ 등 새로운 가치를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농산물의 안전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등 후진국의 문제로 생각되는 농산물 안전 문제는 선진국인 유럽,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럽에서만 해도 2005년부터 매년 농식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다가 2011년 일어난 ‘장출혈성 식중독 사고’ 로 패닉에 가까운 공포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같은 해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멜론으로 인한 식중독 사태로 농산물 안전에 대한 법안 강화 등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등 유럽과 미국 등의 대형 농산물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생산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조류에 발맞추어 민간이 주도하고 확립시킨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은 EU 전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GAP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GAP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대가 지나도 좋은 농산물은 ‘싱싱하고 맛 좋고 안전한 것’ 이지만 실제 소비자가 그런 농산물을 고르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좋은 농산물을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비법 중 하나는 GAP 인증 농산물을 고르는 것이다. GAP 농산물은 높은 품질은 기본이며 생산·수확·포장·유통·판매단계에서 농약, 중금속, 미생물 등 위해요소를 종합관리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GAP는 병이 없는 상태의 종자와 묘목을 심는 것에서 출발한다. 검역을 거치지 않은 종자나 묘목을 들여다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병해충에 강한 품종과 무병묘를 이용하여 불필요한 농약사용을 줄이고 잔류농약의 우려도 낮추고 있다.

또, GAP에서는 농작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과 깨끗한 물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한, 비료관리법에 따라 비료의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하며, 공정규격에 적합한 비료의 구매과 사용 여부까지 관리하고 있다.


GAP가 정착되어야 할 이유는 우리 농업이 마주한 어려운 현실, 그리고 감성 품질과 관련이 깊다. 첫 번째는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고 자국산 먹거리의 신뢰를 책임질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것, 두 번째는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우리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이며, 세 번째는 농업인에게 공정한 이익이 돌아갈 뿐 아니라 건강, 복지 측면까지 고려하여 건강한 지역사회 구성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GAP의 확산을 위해, 국민에게는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가장 손쉽게 구하는 방법임을 홍보하고, 농업인에게는 번거롭지만 결국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장점을 줄 수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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