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에 많은 계절근로자를 파견해온 필리핀 정부가 지난 11일 국내 지자체에 ‘계절근로자 송출을 잠정 중단한다’ 는 내용의 결정문을 전달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지난 9일 전남 해남군에 배정된 필리핀 출신 계절근로자 2명이 한국 경찰에 필리핀 현지 인력송출업체를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을 임금착취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건이 필리핀에도 알려지면서 잠정 송출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인권위 등의 조사에 의하면 필리핀 현지 인력송출업체는 우리나라에 입국한 후 이들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근로계약과 다른 노동조건, 신분증 압류, 통장 압류, 과도한 귀국보증금과 담보 설정 등 임금착취와 부당 공제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인력모집 과정에서 지방정부 관리와의 결탁 여부도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송출 중단 결정으로 당장 필리핀 지자체와 계절근로자 도입 협약을 체결했거나 추진 중인 국내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자국민 보호에 대한 필리핀 국내 여론과 현지 지자체와 인력송출 업체의 결탁 여부,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에 따라 송출 중단 사태가 장기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사례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다른 계절근로자 파견국까지 확산될 경우 계절근로자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19년 2984명이었던 계절근로자 수는 2023년 4만647명으로 늘어났고, 2024년에는 상반기에만 4만9286명이 131개 지자체에 배정될 예정이다.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자체가 외국 인력 선발과 입국, 교육 및 이탈 방지 등을 전담하는 것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법무부가 2022년에 확정한‘외국인 근로자 인력선발 전담기관’지정을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

이번 필리핀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브로커들의 불법 행위가 계절근로자 제도를 위협하는 중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의 불법·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도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