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을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처리된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논란이 됐던 의무매입 조항은 삭제됐다.

이와 함께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졌을 때도 차액을 보전해주도록 한 이른바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도 처리됐다.

다만 이날 법안처리에 여당이 참여하지 않아 향후 순탄치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여당이 여전히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유발할 뿐 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농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정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향후 10년사이 최대 4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가격등락 폭이 심한 배추, 무 등 농산물의 가격보장제가 더해지면 필요재정 추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부예산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부도 위험에 처한 태영건설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 정부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두고 사회·경제적 논란이 크다.

이 기업의 부채는 대략 10조원. 여기에 정부가 지원할 자금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일개 기업의 빚 문제를 정부가 국민세금을 동원해 해결하려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상당하다.

또 사업이익이 나면 기업의 것이요, 손실이 생기면 사회에 떠넘기는 행태를 당연시하는 관행도 이해하기 어렵다. 때문에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 파산 위험이 큰데도 짐짓 눈감고 뒷짐 지려는 정부와 정치권, 경제언론의 행태는 눈꼴사납다.

더욱이 식량안보를 위해 최일선에 있는 농민의 파산 위험은 가치없고 오로지 농업경쟁력을 갖지못한 농가 문제로 내팽개치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든다. 일개 기업의 빚 10조원은 무겁고, 농업과 농업인을 위한 4조원은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한단 말인가?

지금 국내외적 여건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기업회생’ 대책이 아니라 온국민의 식량안보와 농업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농업회생’ 대책이 더 중요한 때다. 농업·농촌과 식량안보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은 장기 투자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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