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묘사업팀 전문위원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단연코 사과다. 왜냐고 누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맛있잖아”.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사실 원래 내가 좋아했던 과일은 배였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어린 시절, 어쩌다 제삿날이나 명절에만 맛볼 수 있었던 비싼 배는 어린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원하고 달콤하게 넘쳐나는 과즙과 씹을 때마다 아삭거리는 식감은 사과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배는 비싼데다가 잘못 고를 확률 또한 매우 높다. 비싸게 산 잘못 고른 배는 맛도, 식감도, 기분까지도 엉망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콤달콤하고 아삭하면서도 잘못 고를 확률도 낮을 뿐 아니라 가격도 상대적으로 착한 사과를 좋아하게 되었다.

또한 배에 비해 특색 있는 품종의 사과들이 시기별로 넘쳐나는 것도 좋다. 초여름 ‘아오리’ 를 시작으로 추석 무렵부터는‘홍로’에 노란색의 달콤한 ‘시나노 골드’ ,‘감홍’ , ‘아리수’ 를 거쳐 늦가을‘후지’까지.


그런데 원예특작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과를 비롯한 국내 과수의 바이러스 감염률은 평균 45%에 이를거라고 한다. 과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된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일의 크기, 색깔, 모양 등 품질저하는 물론이고, 수확량까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일단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에 감염된 과수 묘목은 치료조차 안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맛있고 품질 좋은 사과가 생산되기는 처음부터 매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그간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지 않은 과수 무병묘 공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과수 무병묘의 보급실적은 23년말 기준 약 10% 정도에 머물렀다.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엄격하게 통제되는 바이러스 등의 검사나 관리 없이 과수 묘목 생산업자들의 자체 보증 및 보급에만 의존한 것이 가장 크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자로 전국 단위의 무병화 인증기관을 지정하여 과수묘목의 바이러스 등의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인증해 주는 ‘과수 무병묘 인증제도’를 골자로 한 개정 종자산업법을 시행하였다. 


인증제도의 목적은 과수묘목의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가 감염으로 인한 과실의 생산량 감소, 당도 및 품질저하 등 과수농가의 피해 방지를 위해 바이러스 등을 무병화 처리·관리하였음을 정부 지정 인증기관에서 인증하여 무병묘목 공급률을 크게 확대시키기 위함이다. 


개정 종자산업법 시행으로 인해 앞으로 과수업을 하고자 하는 농업인은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지 않은 건전한 과수 묘목을 사서 키우고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맛있고 품질 좋은 과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정비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과수농가, 묘목업체는 물론 국민들까지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과수무병화에 대한 논의도 많았고 노력도 많이 있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국립종자원을 비롯하여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 등 관련 기관과 구성원들의 땀방울로 법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 등에 감염되지 않은 달고 맛있는 사과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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