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5만여 톤 중 절반만 소비
가격경쟁 뒤져 제과·제빵시장 외면
자급률 17% 일본 사례 본보기
차액지원, 직불금 확대 등 필요

 

 

지난해 국산 밀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며 자급률이 2%에 근접했으나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자급률 정체를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산 밀 소비확대 없이는 밀 농사를 더는 늘릴 수 없다는 게 농업인들의 걱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 생산량은 5만1809톤으로, 2022년 3만4562톤에 견줘 17,247톤(50%)이 늘었다. 1년 만에 자급률이 1.30%에서 1.95%로 껑충 뛰었다. 밀 재배면적이 같은 기간 8259헥타르에서 1만1600헥타르로 확대한 데다 10아르(302평) 평균수확량이 418㎏에서 447㎏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다.


국내 밀 생산량의 90%는 전북(2만1270t), 전남(2만515t), 광주(4772t)가 차지하고 있다. 경남(2883t), 충남(1213t), 경북(799t), 충북(126t), 제주(123t), 강원(89t), 경기(20t)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밀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 수요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이 늘면서 소비도 함께 늘고, 소비가 다시 생산 증가를 견인하는 ‘선순환’ 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소비 모두 정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어기구 의원실 등에 따르면 2022년 국산 밀 기말재고량이 2만7427t이었다. 전년도 이월 재고 1만4858t, 매입 1만6561t, 방출 3993t이다. 당해 생산량 3만4562t에 견주면 재고량에 놀랄 수밖에 없다.


2023년 국산 밀 재고량은 더 끔찍하다. 이월 재고 2만7427t, 매입 1만8558t인데 방출량이 4626t에 그치면서 기말재고량이 4만1357t에 달했다. 민간시장 1만9760t(추정치)의 2배가 넘는 물량이 비축물량으로 쌓인 셈이다.


‘우리밀 세상을 여는 사람들’ 의 송동흠 운영위원장은“지난해 생산량으로 따지면 밀 자급률이 2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소비까지 고려한 ‘식탁’ 기준 자급률은 여전히 1퍼센트 안팎에 그치고 있다”라며 소비가 뒤따르지 않으면‘출구가 없는 생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국산 밀의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알곡 수매가는 올리고 밀가루 가격은 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농가의 한결같은 요구” 라며 수입 밀과의 차액을 지원하거나 전략작목직불금 단가 인상 등을 통해 생산비를 보전할 만큼의 예산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 우리밀 생산자협의회 허태유 사무국장도 “정부 계획대로 자급률 5프로, 10프로를 목표로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소비도 10만 톤, 20만 톤까지 확대할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라며 시급한 과제로 수입 밀과 우리 밀의 가격 차이 해소를 꼽았다.


농촌진흥청, 국산밀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22년 밀 1㎏ 생산비는 1179원으로, 40㎏ 1가마 생산비가 4만7160원인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가마 수매가는 3만9000원에 불과하다. 6년 전 국산 밀이 수요처를 찾지 못하자 정부가 주정용으로 매입할 당시 4만2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한 이후 수매가는 꿈쩍 않고 있다.


생산비 보전 차원에서 밀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논 콩이나 가루 쌀(분질미) 등은 직불금이 헥타르당 200만 원이 넘는데 밀은 50만 원에 불과하다. 농가들은 적어도 다른 전략작목 수준의 직불금을 요구하고 있다.


밀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가락국수용으로 자국산 밀을 쓰게 하면서 자급률이 10퍼센트를 넘겼고, 매년 헥타르당 600만 원 넘는 직불금을 지급하면서 이제는 자급률 20%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라며 국산 밀 소비책 마련과 획기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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