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미생물 산업 현황과 과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현장에서 느끼는 환경 변화와 병해충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환경부하를 높이고 탄소 배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22년 발간한 ‘2021년 세계식량농업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은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사이 36~40%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농약 사용량이 10배(2016년 기준, 11.8kg/ha)에 달하며, 비료 사용량은 3.4배(268kg/ha) 수준이다. 다른 분야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업 분야(2.9%)이지만, 작물 재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감축하는 것은 농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학비료와 농약의 감축으로 생기는 농업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친화적인 전략으로 ‘농업미생물’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농업미생물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 농업인들의 의견을 들어 농업미생물 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봤다.
 

 

‘탄소중립’ 목표에 세계 시장 매년 13% 성장
최근엔 ‘고온성 미생물’ 효과 퍼지면서 급부상
미비한 제품개발 활성화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사용 농가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 강화해야

 

 

농업미생물 시장 규모는?
농업용 미생물 제제는 토양환경개선에서부터 친환경농업의 활성화, 환경부하 경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 분야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서도 중요성을 가진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가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생물 소재 기반 제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 생물학적 제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29억 달러에서 연평균 13.7%로 성장해 2027년에는 약 24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2022년 12월 기준 703개 업체에서 작물생육·토양개량용 자재 1,233종, 병해충방제용 자재 695종이 공시돼 있다. 


이와 관련 오기훈 ㈜팜한농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모든 미생물 소재 제품이 유기농업자재 형태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유기농업자재는 작물생육·토양개량용 자재와 병해충방제용 자재로 나눠진다”면서 “유기농업자재의 국내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판매액을 기준으로 작물생육·토양개량용 자재는 2,700~3,000억원, 병해충방제용 자재는 1,100~1,3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중 미생물 및 미생물 추출물을 포함하는 제품은 작물생육·토양개량용 자재는 166종, 병해충방제용 자재 121종으로 전체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용 농가의 반응은?
경기도 포천시의 홍명희 맹가네포도농원 대표. 화학비료와 농약값 인상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로 고심하던 홍 대표는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받은 미생물을 포도에 15일 간격으로 관주할 때 500:1로 희석해 사용했다.


미생물을 활용하기 전 기존 재배법에서는 포도의 당도가 15브릭스 수준이었지만, 미생물 공급 후 17브릭스로 향상됐다. 또 포도나무의 면역력이 높아져 탄저병 등의 발생도 줄었고, 여름철 나방·꽃매미 등 해충 발생도 감소했다. 홍 대표는 미생물 사용으로 화학비료와 농약 구입비를 각각 40% 절약했다.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토마토와 상추, 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는 홍효원 모닝듀팜 대표도 미생물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홍 대표는 귀농 3년 차인 2018년 미생물을 접하게 됐다. 농촌진흥청 연구자들과 함께 본인의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와 감자에 대한 생육 증진 및 염류 피해 저감 미생물 적용 실증을 수행하게 된 것.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염류집적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 토경대추방울토마토 재배지에 미생물을 처리한 토마토가 대조구 대비 수확량이 최대 18% 증가했다. 


이어 토경 감자 연동하우스의 겨울 감자에도 미생물을 적용한 결과 대조구에 비해 수량이 약 12% 늘었고, 상품성도 향상됐다.


시간이 흘러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한 현재의 토마토 양액재배에서도 미생물 사용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양액과 미생물을 혼합해 처리한 결과 대조구 대비 수량이 12%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홍효원 대표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친환경 농업을 통해 작물 수량을 증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실사용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작물 재배에서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기능성이 강화된 미생물 개발이 더욱 활성화돼 전국의 농가에 보급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목받는 농업미생물은?
최근에는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고온성 미생물이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미생물은 23℃ 이상의 환경에서 사멸하지만, 고온성 미생물(고온성 GCM)은 40~80℃에서 살 수 있으며, 20~30℃ 사이에서도 활성이 높다. 


고온성 미생물 연구와 관련 국내 권위자인 김길용 전남대학교 농생명화학과 교수는 “고온성 미생물이 생산한 천연 생장촉진 호르몬인 옥신 성분은 작물의 뿌리털을 증가시켜 비료의 흡수를 빠르게 하고, 흡수된 비료는 잎의 면적을 증가시켜 탄소동화작용이 높아져 수확량이 증가한다”며 “고온성 미생물의 효과가 퍼져나가면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3,000여 농가가, 전국적으로 3만여 농가가 사용하는 등 사용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1톤의 요소비료를 생산할 때 4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46만5,000톤의 요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은 무려 186만톤에 달한다”면서 “고온성 미생물을 이용해 레드향, 천혜향 등을 재배한 결과 무기질 비료 사용량을 최소 40%에서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농업미생물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현행 미생물 시장은 제품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전국 153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미생물을 무상 또는 매우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민간 기업의 미생물 제제 개발 동력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미생물 제제 지원사업을 자격을 갖춘 민간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 때 필요한 구매지원사업으로 전환하고, 정부에서는 미생물 제제의 효과와 안전한 사용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재작 소장은 “미생물 비료는 비료관리법상 부산물비료에 포함돼 있다. 이는 토양 조건 또는 작물에 맞춤형 미생물제제의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생물 농약은 등록에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면서 “농업용 미생물 제제에 적합한 새로운 관리기준을 설정해 제품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이어 “현재 국내에서는 국내외 제품개발 현황, 각 국별 기술 수준, 시장 전망에 대한 연구가 거의 수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 R&D에서 미생물 제제 시장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지원해 국내 기업들이 제품개발 방향 설정과 국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용 농가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오기훈 ㈜팜한농 책임연구원은 “유기농가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관행 농가에서도 농업미생물을 활용하고 있지만 농가가 사용하는 화학농약과의 혼용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사용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농업미생물 사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용방법, 시기 등 올바른 정보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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