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도 못 건지는 송아지값… 새해에도 한우농가 ‘한숨’

  한우 산업 불황 전망에 송아지 가격·입식 의향 하락세
  럼피스킨 출하 지연 송아지 포함해도 낮은 평균가 형성돼
  한우업계, “번식농 보호·지속가능 산업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지난 3일 새해 첫 한우 송아지 경매가 진행된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축협 가축시장 모습.
지난 3일 새해 첫 한우 송아지 경매가 진행된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축협 가축시장 모습.

 

 

 “여전히 사룟값은 부담되고 소값은 안 좋아 팔 때마다 적자고... 한우 산업에 대한 안 좋은 전망만 계속 들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고무줄을 잡고 있는 심정이네요.”


지난 3일 새벽 충청남도 홍성군의 홍성축협 가축시장. 새해 첫 송아지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한우농가들은 오전 10시에 열리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휴게소 안 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며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1년 넘게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한우 산업 현안에 대해 걱정 가득한 표정과 함께 근심 어린 이야기를 나눴다. 


홍성군 갈산면에서 소를 50년 가까이 키워온 오중섭 씨는 “배합사료에 들어가는 돈은 농가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조사료 비용이라도 아끼려고 옥수수도 직접 재배해 먹이고 하지만 투플러스 등급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적자가 발생한다” 며 “사룟값이라도 벌기 위해 송아지를 팔러 오늘 나왔다. 새해 첫 장인 오늘 장이라도 좋은 가격을 받았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전했다.

 

홍성 축협 관계자들이 경매에 나온 송아지를 계류하고 있다.
홍성 축협 관계자들이 경매에 나온 송아지를 계류하고 있다.

 

홍성군에서 쌀농사를 지으며 한우 40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한우농가는 “비육우를 1마리 출하할 때마다 평균 100~200만 원씩 적자가 발생하다 보니 우리 같은 소규모 농가들은 버티기가 힘들다” 며 “작년 말부터 사육 두수를 계속 줄여나가고 있고 아예 폐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생산비 폭등과 소값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실제로 우시장에 소를 전부 내다 팔고 농장을 정리하는 농가 수가 적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한우농장 8만8,725곳 중 4,221곳이 폐업했다. 올해도 소값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농가의 사육 의지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전 9시. 계류대에 송아지가 꽤 들어서자 수의사를 비롯한 축협 직원들은 본격적인 경매 준비를 시작했다. 수의사는 송아지에 진정제와 구충제 등을 투여하고 스프레이를 송아지 머리 위에 뿌려 투여 완료했음을 알렸고 축협 직원들은 각각의 계류대 마다 송아지 정보가 담긴 푯말을 설치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10시. 송아지를 구매하러 온 유통업자와 한우농가들은 휴대폰의 ‘스마트 가축시장 플랫폼’ 경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자경매 방식으로 송아지 경매를 시작했다. 구매자들은 이리저리 살피며 구매를 원하는 송아지와 해당 송아지에 대한 응찰 가격을 휴대폰에 입력했다.

수기·대면 업무 위주로 이뤄졌던 산지 생축 거래의 전 과정을 전자경매시스템이 대체하게 되면서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경매실황을 관전하고 비대면 응찰까지 할 수 있게 돼 경매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폭 줄었다.

 

한우농가들과 유통업자들이 경매에 나온 송아지 상태와 가격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우농가들과 유통업자들이 경매에 나온 송아지 상태와 가격 등을 살펴보고 있다.

 

좋은 송아지를 구매하기 위해 충남 공주시에서 왔다고 밝힌 김현락 씨는 “요즘에는 투플러스 이상 나오도록 소를 키우지 않으면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싼 소를 구매하는 것보다 우량송아지를 선별해 구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해당 송아지의 선대는 어떻게 되는지, 좋은 정액을 사용했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며 적정가격에 낙찰하려고 전국을 다니고 있다” 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는 암송아지 84마리와 수송아지 238마리 총 322마리가 나왔으며 유찰되는 송아지 없이 경매는 12시 40분에 끝이 났다. 암송아지 평균 낙찰가격은 236만 원, 수송아지는 331만 원을 기록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 산지가격동향에 따르면 송아지 가격은 2021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송아지의 경우 2021년 평균 455만 원에 거래됐지만 2022년에는 386만 원, 2023년에는 341만 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오늘 장의 경매 결과는 최근 3년간의 암·수송아지 평균 낙찰가격인 286만 원, 394만 원 대비 약 17.4%, 15.9% 하락한 가격이다.

또 직전 장에서 평균 낙찰가격이 암송아지 248만 원, 수송아지 337만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같은 거래가격은 새해 첫날 좋은 값을 받을 거란 기대를 품고 나온 농가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12시 40분이 지나 경매가 종료되자 제값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축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비나 언론에서 요즘 소값이 좀 올랐다고 하는데 여전히 소값은 좋지 않고 사료 가격은 부담돼 농가들은 출하를 할 때마다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오늘 장만 보더라도 이 정도 송아지 가격이면 두당 40만 원은 손해다”며 새해가 됐음에도 여전히 좋지 않은 소값에 하소연하는 농가도 있었다.

한우농가들이 실시간 경매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이 실시간 경매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가축시장 관계자는 “오늘 장의 경우 럼피스킨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던 물량 경매를 위해 형성된 장이다 보니 통상 6~7개월령의 송아지들이 출장하는 보통의 장들과 달리 10개월령에 가까운 송아지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송아지 가격이 평소보다 낮게 형성됐다” 면서 “올해 소값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년 12월부터 송아지 가격이 하향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농가분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한우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우 산업의 불황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S&J인스티튜트는 최근 한우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송아지 입식 의향 및 번식 의향은 냉각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번식용 암소 두수 추정 결과, 2세 이상 암소의 연간 도축률이 2021년 2월 29.4%에서 2023년 10월 38.2%까지 높아지는 등 2년째 한우 번식우는 줄고 암소 비육률은 상승했다는 것. 그러면서 작년 추석 이후 한우고기 도매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송아지 입식 의향이 냉각돼 당분간 송아지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년 4분기 축산관측에 따르면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97만5천 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한우 도매가격은 거세우 중심 출하 물량 증가 영향으로 올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1·2·4분기엔 1만7천~1만8천원, 3분기엔 1만7천500~1만8천500원으로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최근 프랑스·아일랜드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국회를 통과해 EU산 쇠고기까지 수입산 쇠고기 그룹에 합류하면서, 가뜩이나 생산비 증가와 소값 하락으로 어려운 한우농가들은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번식농가 보호와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기반 안정을 위해 송아지생산안정제 개선,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격연동 정착화를 위한 축산물 직거래 활성화 사업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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