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에 전략적 경제협력협정(SECA) 타결

양국 연내 국회비준·협정발효 예상

꺾은 꽃 수출 강국, 국내 농가 긴장

한국과 에콰도르 간 전략적 경제협력협정(세카, SECA)이 지난해 10월 타결한 데 이어 양국 정부가 올해 국회 비준 동의절차 등을 거쳐 발효할 계획이어서 화훼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장미, 카네이션, 알스트로메리아, 백합 등 꺾은 꽃(절화)을 생산하는 국내 화훼농가들은 에콰도르가 세계적인 꽃 수출 강국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린‘에콰도르 꽃 박람회’모습. 고원지대, 적도의 태양과 맑은 환경에서 재배한 에콰도르 장미는 꽃 색과 크기 등 품질이 뛰어나고 종류도 다양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사진=에콰도르 화훼생산수출협회
지난 2022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린‘에콰도르 꽃 박람회’모습. 고원지대, 적도의 태양과 맑은 환경에서 재배한 에콰도르 장미는 꽃 색과 크기 등 품질이 뛰어나고 종류도 다양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사진=에콰도르 화훼생산수출협회

 

협상개시 8년 만에 협정 타결


한국과 에콰도르는 지난 2016년 다섯 차례 무역협정 공식협상을 진행하다 견해차 등으로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5년만인 2021년 새 정부가 들어선 에콰도르가 협상 재개를 제안해 2022년 6, 7, 8차 협상, 2023년 4월 9차 협상, 양국 통상장관회담을 거쳐 같은 해 10월 최종타결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각 부처와 법제처 검토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절차를 밟고, 에콰도르는 헌법재판소 검토와 승인 이후 국회 비준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에콰도르 헌재가 민감하게 여기는 ‘투자’ 부문을 협정문에서 제외했기에 헌재라는 1차 관문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에콰도르 국회 해산과 대통령 보궐선거 등 정치적 혼란으로 세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11월 23일 취임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 정부도 무역협정에 적극적이고, 수출증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국회 비준도 어렵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전략적 경제협력협정은 지식재산권과 서비스 등을 포함하고 있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포괄적 협정인 만큼 수출입 관계자들은 양국 간 무역 규모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역 10억 달러 수준, 무역흑자


코트라에 따르면 한·에 교역 규모는 2022년 기준 9억8000만 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정제유, 승용차, 자동차 부품, 압연강판과 철판, 엔진 부품, 의료 백신 등 수출액 7억7000만 달러, 원유, 새우, 냉동 생선, 구리, 알루미늄, 바나나, 꺾은 꽃과 꽃봉오리, 커피 등 수입액이 2억1000만 달러로 연간 5억 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매장량 중남미 3위인 원유와 구리, 아연, 은 같은 광물자원이 풍부해 향후 우리나라 핵심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에콰도르로부터 원유와 광물을 수입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유 등 정제유, 압연강판 등을 에콰도르에 수출하고 있다.


세카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는 전체 품목의 96.4%, 에콰도르는 92.8%의 관세를 철폐하는 등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합의했다.


현재 최대 40%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세카 발효 후 관세율을 점진적으로 줄여 15년 안에 완전 철폐하고, 35%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중소형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 차량 지원책에 따라 협정발효 후 5년 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공산품 수출, 농수산물 수입 늘듯


한·에 무역협정이 발효하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의 경우 관세율 35∼40%의 승용차·화물차는 15년 철폐, 관세율 30%의 라면은 10년 안에 철폐하고 화장품(20%, 10년), 건강음료(20%, 7년), 가전제품(20%, 5년), 건설중장비(5%, 10년), 김(5%, 5년), 의료기기(5%, 5년), 의약품(5%, 즉시) 등의 관세를 없애게 된다.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우리 민감품목과 갈치, 고등어, 문어 등 주요 수산물은 양허 제외로 보호하고, 냉동 새우 같은 에콰도르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서는 페루, 콜롬비아, 중미 국가 등 인접한 나라들과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범위에서, 일정 물량에 제한적으로 무관세 혜택을 주는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개방한다.


한·에 무역협정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로 화훼산업을 꼽을 수 있다. 꺾은 장미 등 에콰도르 꽃은 색상이 진하고 화려한 데다 크기와 종류가 다양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일반 상품과 프리미엄 시장 모두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미를 필두로 한 꺾은 꽃과 꽃봉오리는 매년 에콰도르 10대 수출품목에 들어갈 정도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상당한 물량이 수출되고 있다.


에콰도르 화훼생산수출협회에 따르면 꺾은 꽃과 꽃봉오리 수출은 2020년 8억2714만 달러, 2021년 9억2728만 달러, 2022년 상반기에 5억908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불리한 국제정세에서도 수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에콰도르 꽃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미는 해발 3000미터 고원에서의 재배, 적도의 태양과 맑은 공기라는 천혜의 환경 덕에 색상이 진하고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화훼단체들 의견수렴 분주, 대책 촉구


에콰도르와의 무역협정 협상이 타결하자 화훼자조금협의회, 절화협회, 수도권과 부산·경남권, 호남권 등 장미 주산지별 생산자연합회는 의견수렴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토론회 등을 여는 한편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피해대책과 농가지원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화훼자조금 등 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14일 농식품부에 한·에 세카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20일에는 대표단이 농식품부를 방문해 협정발효 전 피해 조사와 평가,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윤식 자조금협의회장은 “수입산 절화가 증가하고 인건비, 자재비 등 경상비가 폭등해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는 마당에 에콰도르와의 협정 체결은 청천벽력과 같다” 라며 정부 차원의 세카 관련 철저한 평가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일 절화협회장은 “에콰도르 주요수출 품목을 보면 장미가 70% 이상이고 카네이션, 알스트로메리아, 백합, 여름꽃 등 종류도 다양하다” 라며 “장미 농가뿐 아니라 화훼농가 전체에 피해를 줄 것이기에 농가를 위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라고 했다.


박인수 파주 장미연합회장은“에콰도르가 세계적인 장미 수출국인 만큼 우리 농가들도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싸울 수 있도록 현장에 맞는,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책이 마련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에콰도르 전략적 경제협력협정 한글본 초안을 공개하고 1월 6일까지 자유무역협정 홈페이지(fta.go.kr)를 통해 국민 의견을 접수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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