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모두 침체…고부가가치 백신 매출은 성장세

 

수출 감소세…라이신 등 원료 급감  
우리나라 동물약품 산업은 그동안 수출이 성장세에 큰 몫을 했다. 국산 동물약품 수출은 매년 5~10% 가량 증가하면서 지난해 3억6700만불(약 4752억원)을 넘어서며, 기세를 이어 올해는 4억불 돌파가 예상됐었다. 


정부의 수출 확대 정책도 기대감을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동물약품 수출 6억불 달성’을 목표로 수출 품목 다변화 기반 마련 및 지원 강화, 해외 수출시장 개척, 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 관리제도 선진화 등의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동물약품 수출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와 상대국의 수입 규제, 불안한 국제 정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동물약품협회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동물약품 수출실적은 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 이상 감소했다. 동물약품 전체 수출에서 4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이신(원료)의 수출이 대폭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라이신 수출액은 상반기 2천500만불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다.


라이신 수출이 급격히 줄어든 데는 중국의 저가 원료 공급의 영향이 가장 컸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봉쇄를 풀고 저가 공세를 펼쳐 한국산 제품이 점유했던 시장을 잠식해 갔다. 여기에 러시아에서 라이신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한국산 라이신 수입량을 줄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화학제 수출도 수입국의 경제 악화와 수입 규제 등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약 4200만불에서 올해 같은 기간 3850만불로 7% 넘게 감소했다. 


수치상으로는 동물약품 수출은 부진했지만, 실속은 챙겼다. 부가가치가 높은 동물용 백신과 의료기기 등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물용 백신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1400만불에서 올해 상반기 1707만불로 늘었고, 동물용 의료기기는 동 기간 2087만불에서 2721만불로 증가했다. 이는 동물약품 업계의 신규품목 등록, 수출국 확대 등의 노력에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다.


이외에도 수십 년간 넘지 못했던 중국 시장에 한국산 동물용 백신이 진출했다는 것도 큰 성과로 전해진다. 

 

내수시장도 주춤…럼피스킨 백신 핫 이슈


동물약품 내수시장은 상반기까지 축산업 경기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침체 됐다.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 규모(한국동물약품협회 분류별 판매 동향 통계자료)는 약 42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7% 가량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사료첨가용이 470억원으로 10.3%, 동물투여용이 3695억원으로 7.5%, 원료가 86억원으로 2.8% 각각 줄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소 럼피스킨병이 국내에 발생하며 변수로 떠올랐다. 해외가축질병인 럼피스킨은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에 소재한 한우농장에서 처음 발생 보고된 이래 빠른 확산세를 보였다.


이에 동물약품 업체들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비축해뒀던 긴급 백신을 공급한 데 이어 외국으로부터 발 빠르게 백신 공급망을 확보했다.


한켠에서는 럼피스킨 소독제에 대한 효력시험 절차에 들어갔다. 럼피스킨의 매개체인 진드기 등을 구제할 살충제 시장도 주목받았다.


동물약품과 관련된 제도 측면에서는 인체약품 제조시설에서 동물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규제 완화 소식도 들려왔다.


정부 규제심판부는 지난 3월 인체의약품 제조회사가 기존 제조시설을 활용해 반려동물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권고했다.
다만 신약, 인체용·동물용으로 모두 허가받은 성분 중 기존 업계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22개 성분 의약품이라는 제한을 뒀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PLS(Positive List System) 제도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PLS는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된 동물약품은 해당 기준으로 관리하고, 그 외 동물약품은 불검출 수준(0.01mg/kg)을 적용해 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대비해 동물약품 업체들은 새로운 휴약기간 설정 등의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외에도 동물용 의료기기 GMP 도입론, 농식품부 동물약품 관련 조직개편 등의 소식도 2023년 동물약품 산업의 이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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