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이웃마을인 오량동 통장님의 권유로 문화재 발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농업소득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습니다.


부수입도 절실(?)했지만, 문화재 발굴이라는 까마득한 과거와의 만남이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발굴조사에 앞서 진행된 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발굴조사는 ‘철기시대 생활유물’을 발굴하는 것이라는 조사 개요를 들었습니다.


아직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혹은, 기록된 역사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른 봄에 시작되어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호미질 한 번에 100년이 사라진다.”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작업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말 중 하나인데, 이번 ‘나주 복암리유적 9차 발굴’현장에서 본 퇴적층 중에는 천년의 역사를 30cm 정도 두께의 퇴적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 이렇듯 우리의 평범한 오늘 하루도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역사로 쌓여가겠지요.


귀농 준비차 무작정 나주에 내려와 4년을 지내며 자연스럽게 귀농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직도 도시생활이 몸에 베인 새내기 농부의 눈에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초고속 인터넷 시대라지만, 물질문명의 전파속도에 의한 도농 간의 차이나, 수도권 편중에 따른 낙후된 농촌의 모습은 과거 십수년 전, 많게는 수십 년 전의 우리나라의 과거의 모습입니다.

 

문화적으로도 여전히 전통사회의 의식이 많이 남아 있어 마을이나 가문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나이와 인간관계가 중요시되고, 많이 변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구분)이 뚜렷이 남아 있는 등 과거(?)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문화적으로 어느 쪽이 더 좋다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저의 현실 인식이 이렇다는 것 입니다.


달리 보면, 우리는 도시와 농촌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 현재와 과거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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