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는 농축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 바나나를 비롯한 수입산 과일 10개 품목과 닭고기, 대파 등 수입 농축산물에 지난달 17일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바나나(3만톤), 망고(1,300톤), 자몽(2,000톤) 등인데,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일정 수입물량에 한해 기존에 내던 30%가량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된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가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결국엔 전체 물가상승 분위기를 안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사과, 배, 단감, 감귤 등 과일가격은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는데 많게는 50% 오른 품목도 있다. 원인은 올해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호우 등 날씨가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국내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비축·계약재배한 농축산물을 방출하고, 할당관세 등을 적용한 저관세 수입농산물 물량을 늘린다.

또 할인쿠폰 등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쓴다. 이 가운데 저관세 수입농축산물은 가격이 크게 오른 국내산 농축산물의 대체소비를 이끌어내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물가를 낮출지 여부는 미지수다. 수입업체들이 면제받은 관세만큼 가격을 인하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기존 가격으로도 충분히 소비가 되는데다 대체소비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요즘처럼 위축된 국민 경제사정을 보면 큰 폭의 소비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국에서 할당관세 인하 조치를 알고 미리 가격을 올릴수도 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오로지 소비자가격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량이 감소한만큼 가격이 보전해줘야 타산을 맞출 수 있는 농업인의 형편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형편없는 물가대책으로 보기 충분하다. 소비가격이 너무 높다고 호들갑만 떨지 말고 생산비와 출하량을 고려한 별도의 농업인 대책을 함께 내놓는 것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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