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점검회의 갖고 ‘쌀 할인대책’ 발표, ‘쌀값 멈춤’ 시그널
공공비축미 수매가 20만원선,‘암묵적’설정…농가 생산비는 ‘무대책’

 

 

정부가 벌써 쌀값을, 기준치를 넘은 물가불안 요소로 보고 할인 지원 등 안정대책에 돌입했다. 아직 적정쌀값이 멀었다고 주장하는 농민들과 대치점을 만들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쌀값 안정 명목의 소비자 대상 ‘할인 지원’ 대책 발표는, 현재 ‘형성되고 있는 산지쌀값이 최고점이고 더 이상 가격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 는 정부측 시그널로 풀이되기 때문에 공공비축미 수매가격 형성 시기인, 현 수확기에 막대한 영향력을 예고하고 있다.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유도하겠다고 선전포고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한훈 차관 주재로 ‘농식품 수급상황 확대 점검회의’ 를 열고, 추석 이후 농축산물 수급 상황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한 차관은 이날 회의를 통해“기상재해 등에 따른 공급 감소로 쌀·사과·닭고기 등 일부 농축산물 가격이 높아, 농축산물 공급을 확대하고 할인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에 대해서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주요 대형마트에 대한 20kg들이 가마당 3천원씩 할인지원하는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소비자 중심의 쌀값은 2021년 7월 이후 계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최근 6만2천22원(20kg)까지 찍었다”면서“생산자입장의 산지쌀값 문제와 분리해서, 소비자 물가부담 측면에서의 수급대책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농민들의 반발을 염두해둔 발언으로 읽힌다.


‘정책 실행에 필요한 적정 산지쌀값 기준이 설정돼 있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농민들 시각의, 생산비를 감안한 적정쌀값은 아직 접근 중이라고 본다”고 직답을 피했다.


농식품부는, 수확기 ‘적정쌀값 20만원(80kg)’ 의 약속을 지켰고, 쌀재고량과 예측 수확량 등을 계산하면‘쌀값 안정’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수매자금 지원대책 이외에 별다른 수급대책도 미룬 상태다. 시장격리 조치는 아예 없앴다. 


이같이 쌀값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쌀수급 안정대책 발표 보름만인 지난 19일, ‘장바구니 부담 완화’라는 구실을 담아 쌀값 ‘억제 정책’ 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쌀 할인 지원대책 발표가 내뿜는 파장은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쌀값은 이달 5일 21만7천552원까지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15일에 20만9천548원으로, 4월15일 이후 6개월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여기에 정부의 할인지원대책 발표로, 쌀값이‘멈춤’아니면 하락세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지역 농협RPC 관계자는 “농협·민간 쌀 유통분야에, 더 이상의 쌀값 상승은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뜻이 분명히 전달됐을 것” 이라며 “이쯤되면 농협 벼수매가 협상이라던가, 민간측의 매입가격 조율 등에 기준점이 예측 가능해진다. 분명한 것은, 공공비축미 가격 형성에 시장원리가 적용되는게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 시그널이 작동되는 안 좋은 사례가 발생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수확기 쌀값을 정부가 확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같이 생산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쌀값 정책에 농민들의 고민이 깊다. 쌀 생산농가의 유일한 소득 기회가 불안으로 휩싸이게 됐다. 최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쌀 농가들의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쌀값 20만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논 10a(300평 정도)당 생산비가 전년도인 2022년 85만4천461원으로, 이전 5년간 평균 생산비 76만5천383원보다 9만원 정도 올랐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쌀값 20만원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직접 얻는 순수익 또한 평년 수준인 33.9%보다 낮아진 27.1%에 불과하다고, 쌀값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정부측에 요구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생산비 폭등을 감안한 정부차원의 쌀값 대책은 현재까지 전혀 없다. 내년 예산에서 비룟값 인상분 지원대책 조차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쌀값 관련 정부의 무대책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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