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쌀값 폭락 와중에 수입쌀 방출” 집중 질타
해외지사 방만 운영·비축농산물 폐기 등 지적 쏟아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집중 질타를 받았던 ‘수입쌀 방출’을 두고 또다시 질타가 쏟아졌다. 45년만에 쌀값이 폭락하던 시기에 ‘밥쌀용 수입쌀’을 방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였나는 것. 특히 해외지사는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방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또한 우리밀 소비대책은 전무한 가운데 재고량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고 소비자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저율할당관세(TRQ) 대상 품목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 내용을 의원 질의 중심으로 요약 정리했다. 

 

 

 

쌀값폭락에도 또 밥쌀용 수입쌀 방출


지난해 국감에서 쌀값 폭락시기에 수입쌀을 방출해 집중 질타를 받았던 유통공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대적인 시장격리가 진행되던 와중에도‘밥쌀용 수입쌀’을 시장에 방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와 A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기(10~12월)에도 '태국산 장립종' 859톤이 공매 입찰 물량으로 나와 691톤(80.4%)이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공사는 지난 2022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신정훈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그해 9월 19일부터‘미국산중립종’판매를 일시 중단했다가 올해 6월 15일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이후‘미국산 중립종’은 9월15일까지 9,086톤을 공매 입찰했지만 가격이 국내산쌀과 차이가 없어 1,109톤만(12.2%) 낙찰됐다. '태국산·베트남산 장립종'은 올해 1월부터 9월15일까지 2,486톤이 공매 물량으로 나와 2,472톤(99.4%)이 낙찰됐다.


신 의원은“지난해 국감 전에 추후 수확기나 쌀값 폭락기에는 밥쌀용 수입쌀 방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조치를 요구하자, 정부는 2022년 수확기에 밥쌀용 수입쌀 방출 중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거짓이었다”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확인 결과 '미국산 중립종'만 일시적으로 방출이 중단됐을 뿐 모든 밥쌀용 수입쌀 방출이 중단된 것이 아니었다”면서“시장격리가 진행 중이거나 수확기일 때는 원칙적으로 수입쌀 방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밀 재고량 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밀 재배를 장려하고 있지만 소비처가 많지 않아 재고량이 늘면서 보관비용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기구(더불어민주당)이 유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밀 저장량은 10, 173톤에서 올해 8월 기준 41,357톤으로 약 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밀 자급률이 1%대를 넘지 못하고 최근 5년 사이 방출하지 못해 쌓여 있는 우리밀 재고량이 4만 1,357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관비용도 늘고 있다. 유통공사의 밀 보관을 위한 지출 비용은 2020년 2억6,200만원, 2021년 4억1,500만원, 2022년 12억7,900만원 올해 14억3,700만원으로 3년 만에 약 5.5배 증가했다.


어기구 의원은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밀 수입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 이라며 “우리밀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보장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밀의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해외지사 방만 운영 질타


K-푸드 수출 거점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aT의 해외 지사 전반에 방만한 운영 실태가 확인되면서 질타가 쏟아졌다. 유통공사는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17개 해외 지사를 두고  파견직 37명, 현지 직원 54명 등 모두 91명의 직원에, 연간 약 13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안병길 국회의원(국민의 힘)은 “최근 3년간 유통공사의 파리, 두바이, 청뚜, 블라디보스톡, 도쿄, 홍콩, 쿠알라룸푸르 등 해외 지사 전반에 걸쳐 회계, 인사, 행정 업무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들이 확인됐다” 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유통공사T 해외 지사의 모럴 해저드는 K-푸드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면서 “유통공사 해외 지사가 K-푸드 수출 거점으로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근무기강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저율할당관세(TRQ) 대상 품목 무분별하게 확대


소비자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저율할당관세(TRQ) 대상 품목이 무분별하게 확대됨에 따라 농업인의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비자물가를 잡으려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에 집중해야 하지만 농축산물은 물가지수 가중치가 1% 내외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약하다” 며 “소비자물가안정을 위해 TRQ물량을 들여오고 있다지만 TRQ물량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고 농업인들만 희생시키고 있다” 고 질타했다.


어 의원에 따르면 마늘·고추·양파 TRQ 물량은 1만2,224톤, 금액으론 1,784만7,0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 의원은 “TRQ 물량을 수입할 때 수급조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2020년 2번, 올해 2번 딱 4번, 그나마도 사후에 열려 TRQ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TRQ 수입 발동 기준과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도 “윤석열 정부 들어 물가상승 때마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TRQ 도입으로 실제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 농가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며 “TRQ 제도를 만든 이유가 우리 농가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악용되며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업인 소득을 감소시키고 있는데 aT의 책임도 있다” 고 지적했다.

 

비축농산물 5년 간 123억 폐기


최근 5년간 유통공사가 폐기한 비축농산물이 123억원에 이르러 농산물 수급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비축농산물 폐기현황’ 을 보면 지난 5년간 6만 3,283톤의 농산물이 폐기됐고 비용은 122억 5,800만원으로 확인됐다. 품목별로는 배추가 2만 2,385톤(35.4%)으로 가장 많았으며, 무 1만 7,977톤(28.4%), 양파 1만 6,691톤(26.4%), 마늘 5215톤(8.2%) 등이 순이었다.


안 의원은 “연간 약 25억원 상당의 비축농산물이 폐기되고 있지만 aT 수급조절위원회 회의는 연간 두 세번에 걸쳐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면서 “기후변화와 작물 작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만큼 수급조절 심의 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수급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해 농산물 폐기비용을 제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원산지 위반업체, 공매 참여 제한해야 


원산지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공매 참여를 제한해야 하는 것일 옳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재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중국산 깐마늘을 국내산으로 포대갈이 하는 수법으로 약 2억 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일당이 적발됐다” 며 “포장재에 농협 상호까지 무단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앞으로 원산지 위반업체는 유통공사 공매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둬야 한다” 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원산지 위반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생산자인 농업인과 소비자인 국민임을 고려해야 한다” 며 “원산지 위반업체가 유통공사 공매에 참여할 수 없도록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 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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