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형 밀+콩 재배’ 로 농가 소득 증가 바람 불러와

 ‘안 입고는 살아도 안 먹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안부 인사인“밥 먹었어?” 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밥은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최근 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남아도는 쌀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논에서 벼를 대체하는 작물의 재배가 요구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는 이미 벼+밀(보리, 조사료), 밀+콩, 밀+가루쌀 형태의 이모작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미시농업기술센터 남은영 식량작물팀장은 구미형 밀+콩 재배단지 조성을 통해 경북지역 농업의 전환을 이끌면서 쌀 재배 대비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남 팀장은 지난해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남 팀장은 자신을‘현재 밀+콩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 구미형 밀+콩 재배단지 조성

 농업기술센터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과 신품종을 도입하고, 이를 개선해 지역 농업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특히 식량작물 분야는 1인당 쌀 소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쌀 중심의 농지를 밀과 콩 병행 재배지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상북도는 2024년 10월 구미시 도개면에 지역 최초의 밀 제분공장을 준공하였고, 첫해에 밀가루 80톤을 생산해 1억 4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그 중심 역할을 구미시농업기술센터 남은영 식량작물팀장이 해냈다.

 구미시는 제분공장 준공 이후 농가의 밀 재배 의지가 강화되어 이모작 재배 면적이 크게 늘었다. 2024년 125ha였던 밀+콩 이모작 재배 면적은 2025년 기준 172ha로 확대되었으며, 콩 단독 재배 면적도 320ha로 증가했다. 또한, 쌀 재배 대비 1.9배의 높은 수익을 창출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

구미시는 7,000ha의 논이 있는 지역으로 쌀이 주작목이다. 하지만 국내 쌀 소비가 현재 1인당 56kg으로 줄고 있고, 앞으로는 50kg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쌀 생산량과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하는데, 문제는 대체 작물이 없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쪼그려 앉아서 하는 밭농사도 어려움이 있고, 시설농업은 비용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논을 훼손하지 않고, 기계화가 가능한 밀+콩 재배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단순 재배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밀 제분공장을 준공해 가공, 판매까지 하는 구미형 밀+콩 재배단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구미형 밀+콩 재배 작목 모델은 구미시의 선산읍, 고아읍, 도개면 등에 각각 20~30ha 규모의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기계화로 4~5명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2028년까지 600ha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국산 밀가루 품질 개선 앞장

 남은영 팀장은 국산 밀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품질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밀가루 종류는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지만, 프랑스는 밀가루가 제빵, 제면 등 용도에 따라 T45, T55, T65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T45는 도정을 더 많이 해서 입자가 곱고 부드럽고, 숫자가 올라갈수록 더욱 거칠어진다. T80부터는 통밀로 들어가게 된다. 남 팀장은 이러한 제분 방식을 도입해‘구미 밀가리’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가 제분한 밀가루는 T45는 제면, T55는 제빵, T65는 다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밀가루 제분을 고도화시키고, 지역에서 밀가루를 이용하는 23개 업체에 납품합니다.

다시 말하면, 생산자인 농업인들과 제분공장,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소상공인들과 연계를 시키는 모델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주요 밀 생산국에서 수입한 밀을 제분해 밀가루로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 국내에는 수입 밀가루가 연간 약 250만 톤 제분되고 있으며, 반면 지난해 국내 밀 원료곡은 약 5만 톤 정도 생산되고 있다. 이 중 3만 톤은 비축되고, 2만 톤 정도만 맥주나 제빵 등에 활용되고 있어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다. ​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가 추진하는 이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사업인지를 아실 거예요. 국내에는 250만 톤의 밀가루 시장이 있지만, 거의 100% 수입 밀이 차지하고 있고, 국산 밀의 미래는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도전하는 것은 향후 국가적인 식량 문제가 생겼을 때, 이때를 대비해 최소한의 자급률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한편, 제분공장인 샘물영농조합법인에서는 하루 최대 60톤 가량의 밀가루 생산이 가능하고, 2026년까지 2,000톤, 2027년 이후에는 연간 14,000톤의 밀가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도내 연간 밀가루 소비량의 1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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