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비용 지급 못해 ‘겨울농사’ 발만 동동

농사 시작 위해 보험금 50% 우선지급 촉구 

돈 못받은 복구업체도 경영압박에 외상 공사 중단

 

 

“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면 농업인들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인데 이렇게 절차가 답답해서 되나요. 농가만 고충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찾은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안계리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정 모씨. 지난 7월 20일  기습적인 폭우로 딸기 하우스 2개동 총 1,500평이 물에 잠기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재해보험 손해사정인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만도 이런 악몽이 시작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손해사정인은 피해 하우스 구석구석을 살펴가며 총 피해액이 총 5,000만원으로 산정됐다고 통보했다. 또 지난 9월 1일 재해보험 지급 서류 제출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정 대표는 재해보험금이 곧장 지급될 것이라 예상하고 신속히 복구해 겨울철 딸기 농사를 시작해야 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업체를 선정하고 복구 작업을 의뢰했다. 피해 하우스의 1개(600평) 복구가 완료됐고 또 다른 한 개동(900평) 하우스는 공사가 시작됐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재해보험금 지급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수차례 문의전화를 했지만 곧 지급될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재해보험이 늑장 지급되면서 애꿎은 복구업체에 피해가 전가됐다. 지난 7월에 내린 기습폭우는 하동군뿐만 아니라 인근 산청군, 진주시까지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피해면적이 방대했다. 

대부분 딸기농사를 짓는 시설하우스에 피해가 집중돼 신속한 복구를 희망하는 농가들이 집중돼 너도나도 외상으로 복구를 의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들이 밤낮없이 복구 작업에 매진해 왔지만 정작 재해보험금 지급이 계속 지체되면서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복구업체들은 더 이상 외상 복구 작업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공사중단을 선언했다. 

한 복구 업체 관계자는 “복구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3개월 이상 인건비, 자재비 등을 감당할 여력도 안되지만 언제 재해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기약도 없어 버틸 수가 없었다” 면서 “그렇다고 형편을 뻔히 아는데 농가들에게 입금을 요청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난감하다” 고 말했다. 

복구 작업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겨울철 딸기 농사를 시작하려던 농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농가는 복구공사가 30%, 어떤 농가는 50%, 어떤 농가는 아예 시작도 못해 애를 태우는 등 농가들 마다 재해보험금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피해농가는 “철거하고 새로 시설을 원상복구 하기까지 최소 한~두달이다. 당장 업체 계약해서 작업을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재해보험금이 너무 늦어져 겨울철 딸기 농사는 꿈도 못 꾼다”면서“최고 딸기 시세가 좋은 겨울철에 농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농가들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만 지속되고 있는 상황” 이라고 토로했다.

산청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박 모씨는 “겨울철 딸기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손해” 라며 “재해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도는 것도 문제지만 추산 피해액의 70%에서 50%, 또 그 이하 등 손해사정인에 따라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받겠다는 농가들 심정은 오죽하겠냐” 고 긴 한숨을 쉬었다.

피해 농가들은 발빠른 복구도 중요하고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당장 돈이 필요한 만큼 산정된 재해보험금의 50%라도 우선지급(가지급)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손해사정인은 “방대한 지역에서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다 보니 농가별 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라며 “복구공사가 완료돼야 재해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성상 복구업체들의 공사 지연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등 다양한 사안들이 있지만 농가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재해보험금이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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