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무 수경 재배’ 보급으로 스마트팜 가능성 확대
최근 폭염과 폭우 등 극심한 기후변화로 시설채소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상추 같은 잎채소류는 25도가 넘는 고온이 지속되면 생육이 멈추거나 말라 죽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
같은 농업 현장의 어려움을 실용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부여군농업기술센터 조인준 생명농업팀장이다.
그는 연중 생산이 가능한 100% 순환형 스마트팜 모델을 구축하고, 국내 최대 분무 수경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한 공로로 그는 2024년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첨단 스마트농업 기술보급과 현장 적용을 통해 지역농업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이바지하고 있는 조인준 팀장을 만나 보았다.
■ 고온기 대응 위해 양액 냉각 기술 보급
여름철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사람들이 상추 같은 잎채소를 즐겨 찾고 소비가 많아 매출이 급증하는 시절이다. 하지만 고온으로 인한 생리 장애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지고, 가격은 오르지만, 생산량이 따라주지 못해 현장 농가들의 안타까움이 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고온기에 기존에 해왔던 차광이나 환기, 포그 방식 등의 냉방은 효과가 떨어지고, 냉방기를 이용한 온실 전체의 냉방 시스템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기존 시설로 이상 기후에 대응해 여름철 잎채소를 생산하는 것이 점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부여군농업기술센터 조인준 생명농업팀장은 고온기 잎채소 수경재배에 적합한 냉방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2022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잎채소 수경 재배용 고효율 양액 냉각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그 결과 여름철에도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잎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놀라운 성과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시설 재배는 난방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여름철 고온에 대응하는 냉방 기술이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월에서 9월까지 30도가 넘는 부여군의 날씨를 일일이 조사해봤는데, 2020년에 44일이었다가 2022년 61일, 2024년에는 78일까지 기록했습니다. 그래프가 우상향 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큰일이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냉방의 핵심 포인트는 양액 냉각기를 활용한 분무경 수경 재배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조 팀장이 도입한 양액 냉각 기술은 냉각기 용량을 줄이면서 고온기에 정밀한 양액 온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통해 여름철에 냉각된 양액을 공급함으로써 뿌리(근권부)의 생육 환경을 개선하고, 고온의 온실 환경에서도 고온 장해를 억제하면서 안정적인 작물 생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 전국 최대 분무 수경 재배 기술 특화 단지 조성
조인준 팀장은 부여군을 국내 최대 분무 수경 재배(에어로포닉스) 잎채소 특화단지로 조성했다. 분무 수경 재배 기술은 뿌리를 공기 중에 노출한 상태로 양액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온실에 높이 70㎝, 너비 120㎝의 베드를 설치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EPP플라스틱(Expanded Polypropylene) 상판을 활용했다.
분사 시간은 여름에는 1분 분사하고 4분 쉬고, 겨울에는 1분 분사하고 9분 쉬는 방식을 24시간 동안 가동하고 있다. 조성 면적은 2024년 2.6ha에서 2026년 5ha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여군에서 분무 수경 재배 기술을 적용한 잎채소 농가들은 연간 10기작 이상 유럽 상추류를 재배해 공동 출하하고 있다. 생산량의 90%는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전국 판매 후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kg 기준 하루 택배 물량은 300~400개에 이른다.
“분무 수경 재배는 미세 입자가 골고루 뿌려져 잎채소의 생육 환경을 좋게 만들고, 수확시기도 일반 재배 대비 최대 7일 정도 빠르기 때문에 농가 소득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관행 농가의 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분무 수경재배의 농가는 약 2배 정도인 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어요.
향후에는 농가당 연간 생산량도 60톤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스마트팜이기 때문에 기존 방울 토마토나 딸기에 집중돼 있던 것을 잎채소로 다변화 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상추의 경우 저온성 작물이기 때문에 양액 냉각 기술을 분무 수경 재배에 적용하면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