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감자산업 혁명 이끌고 있는 ‘왕산종묘’ 

 

국산품종 ‘단오’, 수입품종보다 품질 뛰어나 보급 확산 

학교급식·도매시장, ‘수미’ 의존하는 관행 벗어나야 

 

 

민간에서 개발한 씨감자 ‘단오’ 가 대한민국 감자 산업을 도약시킬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5년 개발된 ‘단오’는 민간에서 개발됐다는 이유로 ‘서자’ 취급을 받아왔지만 실제 경작에 나선 농가들 사이에서‘품질과 수량이 뛰어나다’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씨감자‘단오’를 개발한 주인공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소재한 왕산종묘 권혁기 대표이다. 강릉농고를 졸업한 이후 부친을 따라 농업인의 삶을 선택한 권 대표는 멋드러진 직장 생활은 애초에 꿈도 꾸지 않고 그저 농사가 좋아 천직이라 여겼다. 

어떤 품종을 어떻게 재배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할 틈도 없었다. 그저 감자 농사가 전부였다. 문제는 매년 감자 가격이 들쑥날쑥 하는 통에 소득이 일정치 않아 늘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이 부담이었다. 

때마침 부친께서 정부 보급종 씨감자 생산을 대행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가 싶었지만 순전히 경험에 의존해 생산한 탓에 씨감자 보급종 생산도 녹록치 않았다. 

감자 농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무렵, 권 대표는 지난 2009년 강원도 농업마이스터대에 입학하면서 감자 농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육종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농업마이스터대에서 기초를 다진 권 대표는 고랭지농업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육종 기술을 습득했다.

권 대표가 씨감자 육종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씨감자 공급체계에 답답함이 앞섰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당시 씨감자 공급정보가 지역별로 공유가 안된 탓에 어떤 지역은 씨감자가 없어서 걱정이고 어떤 지역은 남아돌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면서 “더욱이 정부가 공급하는 보급종은 공급하는 시기와 양이 특정돼 있어서 농가들이 원하는 시기에 공급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고 말했다. 

권 대표는 농가들이 원하는 시기에 씨감자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감자산업이 한단계 성장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앞섰다. 그 무렵 국내 감자 시장은‘수미’품종이 압도적으로, 품종 다양화가 무척 시급했다.

권 대표는 그간 배운 육종 기술을 통해 신품종 개발에 숨가쁜 행보를 지속한 결과 지난 2015년 국내 감자산업의 백년대계를 이끌 ‘단오’ , ‘백작’ , ‘왕산’ 품종을 개발하게 됐다. 

‘단오’ 는 미국 수입종인 수미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름은 강릉의 단오축제에서 따왔다. 또 일본 수입종인 남작 감자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종자에게는 ‘백작’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오와 백작 모두 정식으로 출원했고 새로 만든 왕산 감자도 출원을 마쳤다.

왕산 이름은 농장이 있는 지역명을 땄다. 권 대표는 현재 총 26만4462㎡(8만평)의 밭에서 한해 씨감자 1,200톤을 생산하고 있다. 

권 대표의 씨감자가 농업인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품종 자체의 품질이 우수한데다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농가에 공급하기 전 씨감자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과정인 ‘큐어링’을 반드시 거친다. 온도 17~20℃, 습도 85%인 그늘에서 한달이상 보관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권 대표는 감자 농사는 관행에서 탈피해 새로운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상기온 영향으로 ‘수미’ 에서 반쪽시들음병 등 각종 병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 보급종이나 도매시장 출하 기준은 ‘수미’ 가 중심이다. 

권 대표는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감자 품종이 50가지가 넘지만 실제 영농현장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고작 5가지에 불과해 감자산업이 위축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면서 “다양한 감자 품종이 식재되고 품종에 맞게 가공산업이 성장해 가야 감자산업의 미래가 담보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권 대표는 수미를 대체하고도 남을 품종이 개발되고 보급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미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유통현장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대형급식 등에서는 여전히‘수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높아 농가들이 국산 품종을 재배하고 싶어도 판로 걱정 탓에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다” 면서 “그나마 수입 품종을 능가할 수 있는 국산 품종이 개발되고 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국산 감자 품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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