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제 삶의 뿌리이자, 지역과 나눌 자산입니다”

 

영월군 주천면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 정원과 사과 모양 조각상, 그 뒤로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다래농원’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2000년대 초반 영월군 최초로 문을 연 과수 체험농장인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연간 1만5천 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영월군의 대표 농촌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다래농원을 일군 김남순 한국농촌지도자영월군연합회 수석 부회장은 2024년 대한민국 농업대상 농업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농업인으로서의 뚝심, 지역사회와의 나눔, 그리고 청년농 육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그의 발자취를 대변한다.

 

체험농장으로 6차 산업의 길을 열다

1982년 한우 사육을 시작한 김남순 부회장은 이후 초반 오이, 토마토, 백합 등 작목 재배로 전환 후 영농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영월군 최초로 과수 영농 체험농장을 도입하며 6차 산업의 가능성을 개척했다.

“당시엔 농업이 단순히 생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민이 농촌을 직접 경험하며 농업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체험농장은 사과, 복숭아, 토마토 등을 직접 수확하고 포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가족 단위와 단체 관광객이 즐겨 찾으며, 영월 농업과 농촌 관광을 연결하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또한 체험객들이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고 소포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에게 농업의 가치와 신뢰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김 부회장은 온라인 쇼핑몰 ‘다래몰’을 운영하며, 영월 농산물을 전국으로 판매하고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첨단농업과 지역 상생, 두 마리 토끼 잡다

체험농장 운영과 더불어 김남순 부회장은 첨단 농업 기술과 조직화를 통해 지역 농업의 체질을 개선했다. 그는 11개 농가가 참여하는 30억 원 규모의 첨단기술농업 생산단지를 주도해 4.2ha 규모 비닐온실을 조성하고, 자동화 파이프·온풍기·점적관수·무인 방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작 감자·후작 배추의 순환 농업 시스템을 적용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

“농업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온도와 습도, 조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환경 조절 시스템을 도입했죠. 노동력을 줄이면서 품질은 높이는 길입니다.”

그는 매년 소득의 10%를 토양 관리에 재투자하며 친환경 농법을 실천한다. 톱밥·밀기울·우분을 혼합해 만든 750톤의 퇴비를 활용하고, 생볏집 매설과 자동화 하우스로 유류비 절감과 지온 상승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또한 절임배추사업단과 감자 연구회를 조직해 각각 회원 수를 60명에서 180명, 5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품질 관리와 공동 유통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계약 재배와 저온저장 기술을 통해 농가의 안정적 소득을 뒷받침했다.

 

농촌지도자, 멘토, 그리고 나눔의 실천가

김남순 부회장은 1991년 농촌지도자회 가입 이후 지금까지 회원과 임원으로 활동하며 영월 농업인의 학습과 네트워크를 이끌었다. 2021년부터는 농촌지도자영월군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 회원 증대와 교육 프로그램에 힘쓰고 있다.

연간 6회 읍·면 순회 홍보, 15회 이상의 연찬·과제 교육, 소형 농기계 자격 취득과 신기술 보급을 이끌어 농업인의 역량을 강화했다.

후계 농업인 육성에도 적극 나섰다. 2016년부터 귀농·청년농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11팀 32명의 안정적 정착을 도왔다.

“농업은 한 세대만의 일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농촌이 살아나지요. 그래서 제 경험을 나누는 걸 당연한 책임으로 여깁니다.”

그의 나눔은 지역사회의 신뢰로 이어졌다. 매년 주천고등학교 저소득 성적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주천면 사랑봉사회에 난방용품·식료품 등을 기부해왔다. 

최근에는 신안군 보육원에도 김치와 과일, 옥수수 등 다양한 농산물을 기부하며, 도시와 농촌을 잇는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월 농업의 내일을 향한 발걸음

“농업은 제 삶의 뿌리이자, 지역과 나눌 자산입니다. 앞으로도 후배 농업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영월 농업이 더 튼튼히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40여 년 농업 인생은 ‘생산·기술·나눔’ 을 하나로 엮어낸 여정이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영월의 과수원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체험농장까지 이어진 그의 발걸음에는 농업을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가 묻어난다. 

김남순 부회장을 아는 이들은 그를 영월 농업의 성공 신화를 일군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오늘도 영월 농업의 미래를 바라보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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