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동체 함께 키워온 고창 농업의 든든한 버팀목
“농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사람을 보고, 사람을 믿고, 사람을 키워야 농업도 살아요.”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한 마을의 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농자재 창고가 서너 개 눈에 띄는 한 농가, 그곳이 김춘옥 농업인의 삶의 터전이다.
새벽이면 논·밭두렁을 돌고, 낮이면 동네 농업인들과 마을회관에서 머리를 맞댄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농업인 같지만, 그는 한국농촌지도자고창군연합회장이자 고창군농업인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 지역 농업계의 ‘마당발’이다.
현장 중심 교육과 세대 연대로 조직 키워
김춘옥 회장은 2018년, 농촌지도자고창군연합회 부안면 회장으로 선출되며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량종자 보급, 친환경 영농기술 보급 등 지역 농가의 수익 개선에 주력했고, 회원 간 정보교환과 기술 교류를 통해 공동체 기반의 농업을 실현했다. 2021년에는 고창군연합회 부회장으로 선임돼 연합회와 읍면 단위 지도자 조직 간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군 전체를 대표하는 연합회장으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다. 농촌지도자고창군연합회장직을 맡으며 그가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교육’이었다.
회원 역량 강화를 위한 선진지 견학, 영농기술 연찬회, 농작업 안전·건강관리 교육 등 6건의 프로그램을 직접 주도했다. 그는 늘 “몸으로 경험해야 기술이 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귀농인과 청년 농업인에게는 오랜 경험과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해왔다. 멘토링 체계를 만들어 마을 정착을 돕고, 정기회의를 통해 영농 애로를 나누며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농업도 변화에 앞서야”…탄소중립 실천 리더
김춘옥 회장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농업정책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다. 그는 단순히 단체 운영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의 공익적 가치를 드러내는 다양한 지역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해왔다.
특히 ‘농업인의 날’ 행사(11월 11일)를 농업인만의 기념일이 아닌, 군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시켰다.
그는 “농업인도 시민이고, 농업도 산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21년에는 고창군연합회가 농촌진흥청 주관의 ‘농업·농촌 탄소중립 실천·확산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는 김 회장이 주도한 탄소중립 교육과 결의대회, 회원들의 자발적 실천이 빚은 결과였다.
고령화, 기후위기, 소비 트렌드 변화 등 농업환경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지만, 그는 늘‘대응보다 준비’를 강조한다.
농촌의 미래, 후계세대와 함께 가는 길
“귀농인은 손님이 아니라 이웃입니다. 농촌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사람들이 잘 정착하도록 우리가 품어야 합니다.”
고창군은 매년 1,500명 이상의 귀농귀촌인이 찾아오는 ‘농업 정착의 1번지’다. 김춘옥 회장은 이들을 지역 농업의 ‘내일’로 보고, 지난 10여 년간 정착 교육에 헌신해 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총 50회에 걸쳐 3,400명에게 농업기술과 마을 적응 노하우를 전수했다.
귀농인 중에는 지금도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관내 우수 농촌지도자를 멘토로 연결해, 신입 농업인이 기술과 문화에 쉽게 적응하도록 지원했다.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부안면 정기회의(연 4회)와 군연합회 이사회(연 7회)는 지역 농민과 후계농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봉사와 교류…함께 웃는 농촌을 꿈꾸다
김춘옥 회장의 활동은 농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이면 그는 국토대청결운동에 앞장서고, 겨울철이면 지역 불우이웃에게 백미를 기탁하며 따뜻한 손길을 보탠다. 2023년에는 농촌지도자제주시연합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지역 특산물 교류, 선진영농 정보공유, 기술교류 행사 등을 성사시키며 지역 간 상생의 모델을 만들었다.
고창군농업인단체협의회장으로도 활동하며, 유관 단체와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연대하는 농업공동체’의 비전을 현실로 끌어내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도 그의 신뢰도는 높다.
“조용히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그가 걸어온 길을 대변한다.
“농업인들이 이웃과 손잡고 함께 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을도 살고, 농업도 웃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