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안주보다 과감한 변화 추구하는 ‘옥천농협’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 윤치영 조합장은 전형적인 농업郡의 단위농협을 이끌면서 신용사업을 중심에 두기 보다는 조합원들을 위한 경제사업에 분주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주변에서는 안정적인 신용사업을 강화하고 조합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경제사업의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이 대세이지만 윤 조합장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신용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조합원들에게 조금 더 환원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 윤 조합장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어떻게든 제값 받고 유통될 수 있도록 조합이 제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윤 조합장의 소신이다.
■ 철저한 품질관리로 명품 쌀 농협으로 ‘우뚝’
옥천농협은 북일면, 삼산면, 옥천면 등 3개면 단위농협이 통합하면서 해남군에서 제법 규모를 갖춘 조합으로 탈바꿈했다. 3천여 조합원을 중심으로 영농자재 판매장 3개소, 하나로마트 3개소, 주유소 2개소, 산지유통센터 1개소, 오케이 라이스센터 1개소, 현미가공공장 1개소, 깐마늘 공장 1개소 등 경제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여타 조합과 경제사업의 영역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내실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옥천농협 RPC에서 생산하는 ‘한눈에 반한 쌀’ 은 전국 12대 브랜드 쌀로 총 12회(2003~2012년, 2014~2015년) 선정될 만큼 뛰어난 품질로 승승장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도 납품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경제사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눈에 반한 쌀’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옥천농협은 조합원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종자공급부터 생산지도·저장·가공·유통까지 생산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이 쌀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고 조합원은 안심하고 고품질 품질 관리에만 집중하는 분업화가 성공비결인 셈이다.
옥천농협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균일한 품질를 유지키 위한 일환으로 지난 2023년 3,225㎡(976평) 규모의 육묘장을 짓고 계약재배 조합원들에게 우량모 보급에 나서고 있다. 고령의 조합원들은 육묘 과정이 생략돼 일손을 덜 수 있어 칭찬이 자자하다.
■ 경제사업은 ‘계륵(鷄肋)?’, 더욱 강화해야
윤치영 조합장은 한발 더 나아가‘즉석밥’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료곡은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으니 가공기술만 더해진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시범 생산 과정을 거쳐 제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돼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본 결과 기존 제품보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기존 유통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제품들과의 경쟁이다. 후발 제품으로써 입점 자체도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해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크다. 심지어 단위농협에서 생산한 즉석밥임에도 농협 하나로마트 입점이 하늘이 별 따기보다 어려운 현실에 유통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윤 조합장은 “즉석밥에 도전했을 때 적어도 수도권의 하나로마트는 입점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아 고민이 깊다” 면서 “이렇게 높은 벽에 막혀 납품 기회조차 잡지 못할 줄은 몰랐다” 고 말했다.
이어 윤 조합장은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면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옥천농협 즉석밥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판로개척에 직접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 현실 안주하지 않고 변화 지속해야
윤 조합장은“적자가 두려워 경제사업을 뒷전으로 미루는 조합은 결국 가까운 시일내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조합원이 필요로 경제사업은 경제적 득실을 떠나 추진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만 안정적으로 경제사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 조합장은 “요동치는 기후변화, 고령화로 인한 조합원의 감소 등 안팎의 산적한 현안으로 옥천농협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면서 “겉만 하려한 조합보다는 내실이 탄탄한 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합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