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축산농협 50년의 결실, 새 청사에서 조합원의 꿈·비전을 설계하다
15평 사무실에서 3조 축협으로 우뚝 서다
위기마다 뭉친 조합원·임직원이 만든 기적
새 청사 중심으로 미래 도약의 길을 열다
지난해 7월,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 들어선 용인축산농협(조합장 최재학) 종합청사는 단순한 건물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합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완공된 이 청사는 조합원들과 임직원이 수십 년간 품어온 염원이자, 용인축산농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선이다.
대지면적 2만2660㎡(약 6855평), 연면적 9872㎡(약 2986평)에 달하는 신청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지하에는 하나로마트와 상가, 1층에는 금융점포와 축산물프라자, 2층은 임대시설(병원, 약국, 키즈카페, 식당 등), 3층은 본점사무실, 4층에는 문화공간과 대회의실이 들어섰다.
1974년, 70여 명의 축산농가가 함께 뿌린 ‘축협’ 의 씨앗은 반세기 만에 총사업량 3조2000억 원의 대형 조직으로 성장했다.
“15평짜리 단칸 사무실 하나로 시작했던 우리 조합이 이렇게 커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지난해 준공식에는 창립조합원들을 모두 초청해 그분들과 함께 성취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최재학 조합장의 말 속엔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이 묻어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용인축산농협
용인축산농협은 성장의 이면에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2003년과 2013년은 조직의 존립 자체를 흔든 해였다. 2003년 농협중앙회 통합에 따른 충당금 제도 변화로 사업준비금을 모두 소진했고, 2013년에는 축산물유통센터 화재로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탈퇴하는 조합원 하나 없이, 오히려 내부 결속은 더 단단해졌다.
“그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줄이고,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회수하지 않았습니다. 그 헌신이 오늘의 용인축산농협을 만든 힘입니다.”
조합의 위기를 조직 전체가 책임지고 극복한 경험은, 현재의 성장 기반이 된 가장 큰 자산이다.
입지의 이점, 경영의 힘으로 키우다
용인축산농협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용인이라는 지역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에버랜드 유치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축산업 역시 규모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고, 서울이라는 대규모 소비지와의 인접성은 유통 측면에서도 강점을 제공했다.
“최근 10년간 사업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도시화는 신용사업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고, 이에 따라 축산업도 함께 성장해 온 구조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단지 외적 조건에 불과하지 않다. 이를 기회로 삼아 조직의 체질을 강화하고, 위기마다 돌파구를 찾아온 경영 전략이 있었기에 용인축산농협은 총 사업량 3조 원 넘는 전국 농축협 중 손꼽히는 규모의 조합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미래 위한 투자, 그리고 남은 과제
성공적인 청사 신축과 눈부신 실적에도 불구하고, 용인축산농협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축분비료 생산시설 신설 문제다.
“축분을 활용한 퇴비 생산시설을 공공재로 봐야 함에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음식물 찌꺼기를 포함한 바이오가스형 설비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만 400억 원 이상이 소요되고, 악취 등 환경 민원도 우려됩니다.”
최 조합장은 이 문제를 단순한 시설 투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지역 환경과 주민 수용성,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할 민감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조합원이 생산하는 축산물에 대해 수취 가격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화 작업도 시급하다. “우리가 생산한 축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해선 품질과 신뢰 기반의 브랜드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조합이 더 앞장서야 합니다.”
‘100년 농협’ 의 미래를 위해 다시 출발
“이제는 조합이 조합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를 품어야 합니다.”
최 조합장은 종합청사를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한 금융·유통 기능을 넘어, 건강과 여가,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2025년 슬로건 ‘100년 농협을 위한 새로운 출발’ 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가 지금 이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배어 있다.
“조합원이 50세일 때 축산을 선택했다면, 100세가 되었을 때도‘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준비해야 합니다.”
최 조합장은 과거 직원으로 근무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는 내 실적만 신경 쓰면 됐지만, 조합장이 되고 보니 지역 축산업 전체를 고민하게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단순한 근로자가 아닌 ‘경영자이자 주인’ 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용인축산농협은 50년의 세월을 넘어 이제 100년을 향한 긴 항해를 시작했다. 최재학 조합장은“ 오늘의 청사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조합원과 지역이 함께 쌓아 올린 신뢰의 집” 이라고 강조한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용인축산농협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