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6천만원짜리 농가지원정책…33%는 농협 주머니로”

영동군청 못자리상토사업, 자부담50% 규정 탓 수수료 높아져

농민단체 “조합원 ‘챙기기’ 보다 ‘이익수단’으로, 협동조합 붕괴”

일선 단위농협들의 협동조합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농민조합원에 대한 '원가경영원칙'은 수수료 챙기기로 이미 무너졌다.

 

군청 자치사업인 육묘용상토 보조지원사업을 일선 농협들이 대리 진행하면서, 농가에게 상토가 최종 공급되는 가격의 33%를 수수료로 챙긴 사실이 민원제기를 통해 발각됐다.


농가 경영비를 줄이자고 시작한 정책이 실질적인 농가혜택은 미비한 채, 지자체는 그들대로 농가돕는 지원사업이라고 생색만 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폭리만 챙겼다. 민원이 제기되자 해당 군청은 부랴부랴 사업 계획 변경안을 냈고, 이에 의거해 농협들은 수수료를 농가들에게 환급했다.


충북 영동군은 올초 군내 900여 벼농가를 대상으로 2억6천만원 6만5천 포(20미터) 규모의 육묘용 못자리 상토 공급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군은 사업비의 절반인 1억3천만원 부담했다. 보조지원 50% 자부담 50%였던 못자리 상토 지원사업은, 군청 농정과에서 상토업체들과 계통계약을 체결한 농협중앙회 영동군지부에 위탁하고, 군지부가 다시 지역내 영동·학산·추풍령·황간 4개 단위농협에 업무를 배분한 형식이다.


영동지역내 농민단체, 상토 구매농가 등에 따르면 지역 농협들은, 일례로 계통단가(업체와 농협중앙회가 맺는 가격계약) 2천680원(20리터 포대)짜리 상토를 농가들에게 포대당 4천원에 판매했다. 농가 입장에선 군청 보조지원금 50%를 적용하면 포대당 2천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 와중에 농협은 2천680원짜리를 4천원에 팔아서 1천320원의 마진을 얻은 셈이다. 단순한 계산으로 포대당 1천320원에 6만5천포를 곱하면, 8천580만원에 이른다. 2억6천만원 규모의 농업지원사업에서 농협 수수료가 33%에 달한다는 얘기이다.


사업이 끝나고 농가들이 외상대금을 갚을 쯤, 민원이 발생했다. 상토를 사용한 농가가 실제 상토 계통가격과 판매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해당농협에 따졌던 것이다. 연락받은 영동군이 곧바로 ‘2019년 벼 육묘용상토 공급 지원사업 계획 변경’ 공문을 냈고, 이에 맞춰 농협들이 농가들에게 포대당 1천100원씩 환급 조치에 들어갔다. 실질적인 농협 수수료를 빼고 7천150만원 정도 되돌려 준 것이다.


변경된 공문은 상토 지원단가를 4천원으로 매기고 50% 보조지원 한다는 계획을, 단가에 상관없이 포대당 2천원씩 지원하는 ‘정액지원’으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농가수취가격인 판매가격을 4천원이란 틀에 맞춰놓고 50% 보조지원한다는 계획을 짰기 때문에 예산규모가 1억3천만원으로 확정됐다는 것. 사업을 위탁 수행한 농협 입장에선 그 가격을 낮출 수도 없고, 50% 자부담이란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로, 정해진 가격 4천원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는걸 이유로 들었다. 농협측은 130여종이 넘는 상토제품에 대해 일일이 적용하기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수수료 폭리’가 발생한 뒤 정액지원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자부담 50%’규정이 없어졌고, 계통가격과 유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급하고서야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게 군청 농정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농가들은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동 양산면에서 만난 한 농민은 “민원제기가 없었더라면 환급금도 없었을 것이고, 지자체 정책자금과 농민들 돈이 고스란히 농협 수수료로 들어갔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든지 농협의 행위는 농민 조합원을 조직 이익의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라며 “이렇게 신뢰감을 무너뜨린 상황에선 지금까지의 농업관련 정책사업들도, 지자체나 농민단체, 농협중앙회 감사기구 등에서 의심을 갖고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GS&J인스티튜트 박성재 박사는 “현장 농협들이 협동조합 원칙과 기능이 많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으로, 조직내 감사기능과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농협은 조합원에게 원가경영원칙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설상 상토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려 했다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이러한 교환보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상토사업에서 매긴 수수료가 적정하게 책정돼야 하고, 또 사업 종료 뒤 수수료가 남았을 경우 이를 이용고배당 명목으로 조합원에게 돌려주거나 합의된 전용이 맞다”고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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