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장관 “단기내 수입 불가능”… 미국, ‘수입프로그램 줄여라’ 압박

SPS ‘과학·투명성’ , ‘국가’ → ‘농장단위’ 검역으로 “울타리 없어진다”

 

 

“미국산 과일(사과·배·텍사스자몽·캘리포니아복숭아 등)의 수입을 허용하도록 한국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다.(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press Korea to allow imports of these fruits from the United States)”-2023년3월31일‘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미무역대표부(USTR).

최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계·경제전문언론 등이 사과를 수입해 과일값을 잡자는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국내 과실·과채류 생산농가들이 총체적 생존 위기에 몰렸다. 모든 농산물이 수입개방됐는데, 왜 사과만 수입을 제한해서 가격상승세를 내버려 두느냐는‘장바구니 긴축론’의 맨 앞에 물가·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위치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 때문에 관련 제도내 위험분석 절차를 시행하는 것이지, 다른 정무·정치적 이유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사과 수입’목소리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렇게 역부족으로 보이는 뒷배경엔 사과 시장을 개방하라고 31년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있다. 미 USTR은 매년 초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압력을 가해서 사과를 팔아야 한다’ 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실제 압력도 넣고 있다.

이뿐 아니다. 2026년 ‘관세 효과’ 수명을 다하는 한미FTA를 대신하는 차세대 통상교역 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정 발효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사과 수입을 막는다는 국내 위험분석 제도절차는 더욱 가벼운 존재로 전락한다.

앞으로‘IPEF 룰’에 따르자면, 그간 ‘국가단위’ 로 막던 과실파리류·잎말이나방류·과수화상병 등 금지병해충을, ‘농장단위’ 로 선별해서 수입여부를 가려야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서쪽 농장에서 병해충이 발생했더라도 정청지역인 남쪽농장 사과를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산 과실에 문을 개방하면, 이후 대부분 과실 생산국에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 ‘대재앙’ 과수화상병이 증거”

2015년 첫 발생 후, 지난해 전국 111ha면적 234농가 등에 피해를 입힌 과수화상병은 이젠 사과재배농가들에겐‘돌림병’으로 통한다. 과수농가들은 봄철 과수꽃이 피기전 과수화상병 방제 작업은 필수다. 전염되면 파묻고 2~3년간 그 땅에서의 과수농사를 접어야 한다.

과수화상병의 국내 유입 경로는 아직 불분명하다. 2000년 초중반 유입된 병원균이 잠복해있다가 2015년 경기 안성지역에서 첫 발병이 확인됐다는 예측이다. 사과·배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은 식물속에 식물이 기생하는 기주식물 묘목류, 수분용 사과꽃가루 등의 수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는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1천74ha, 1천931억원의 피해액을 남기고 계속 진행중인 과수화상병. 정부측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사과묘목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수입위험분석 절차의 견고성 정도에 의혹을 제기하는 지적도 많다.

 

 정부, “병해충 해결책 없으면 어렵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차원의 과일값 대책에 대해 언급했다. 사과 수입 요구와 관련 송 장관은“기존 과일류의 수입을 위한 위험분석 소요 기간은 평균 8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단기적 수급계획에 사과 수입 문제를 거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내논 ‘과실류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 자료에 따르면 생과실, 열매채소 등은 원칙적으로 수입금지 품목이고,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 병해충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후 수입이 이뤄지는게 우리나라 법적 운영방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분석절차의 성격상 단계별로 검토를 마쳐야 다음단계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단계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는 없다”면서, 단기적 시일내 별도의 사과 수입이 현실적으로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시장, 사과 개방 시간문제”

하지만 정부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다그치는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우선 미국은 대외무역장벽으로 한국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꼽고 있다. USTR의 지난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 따르면 ‘사과, 배, 텍사스, 캘리포니아 핵과(복숭아) 등의 접근을 위해 수입 프로그램(위험분석절차) 개선토록 해당기관에 조치를 요청했다’ 고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분석절차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림축산검역본부(MAFRA APQA)에  ‘직접적인 압력’ 을 넣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년 열리는 한미 SPS연례회의, 한미 식물보건기술회의 등을, 수입절차 간소화 압력을 넣는 사례로 들었다.  

근시일내 발효 예정인 IPEF 또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3월6일 윤석열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공급망 복원에 관한 IPEF 협정’ 이 4월부터 발효될 예정임에 따라, IPEF의 농업부문이 속한 무역필라 또한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언이다. 

IPEF 농업부문은 대부분 협상 절충이 이뤄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동식물 검역(SPS) 관련 특징은 ‘지역화’ ‘절차의 투명성’ 등으로 요약된다는 분석이다. 이중‘지역화’는, 미국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사과 개방’ 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나 특정지역이 아닌‘농장 단위’에서의 지역화 요청이 가능해진다는 해석이다. 

IPEF협정 내용엔, 여기에 더해 ‘과학적’  ‘투명성’ 등에 근거한 절차만이 가능토록 SPS를 개선토록 설정, 합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측이 우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그동안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과 수입 빗장을 풀어달라는 압박을, SPS관련 규범을 바꿔서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게 되면, 1993년부터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돌입한 미국산 사과 수입 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측을 설득시킬만한 과학적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단계적 절차 또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바로 사과 수입을 허락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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