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시장, 국산 사과·배·딸기 ‘밀리고’…체리·바나나·망고 ‘점유’

마트 TRQ 과일 ‘직수입 허용’…올해 수입과일 소비 전년대비 10배

서울의 한 마트 진열대에 수입 과일이 진열돼 있는 모습.
서울의 한 마트 진열대에 수입 과일이 진열돼 있는 모습.

 

 

칠레산 블루베리, 미국산 오렌지·레몬, 맥시코산 아보카도, 이스라엘산 자몽, 베트남산 망고, 필리핀산 파인애플…. 3월 대형유통매장 진열대에 놓인 외국산 과일들이다. 

정부가 국산 사과·배 과일값 잡는 방편으로, 이들 외래 수입 과일 손을 들어줬다. 일선 마트에서도 외래 과일을 낮은 관세로‘직수입’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수입자와 판매자가 이분돼 있던 기존의 유통단계보다 수입산 오렌지값을 9~16% 낮춰 경쟁력이 충분토록 도와준게 됐다. 그만큼 과일시장은 과일·과채류 국산을 밀어내고,‘수입 과일 전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농산물에 대해 저율관세 할당물량(TRQ)을 수입하는 자격요건은 그간 전문 수입업자와 식품제조·가공업자, 식자재업자 등에 한정해왔다. 이번에 직수입이 허용된 대형할인매장들은 수입 과일 수급이 원활해지고, 과일수요 트렌드에 순발력을 갖추게 됐다는 기대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장관 등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은 ‘물가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 를 갖고 과일, 수산물, 휘발유 등 주요품목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특히 명절 이후에도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과일에 대해 수입산을 더욱 늘려 조기에 효과를 가시화시키자는 결론을 냈다.

올 상반기내 과일 TRQ물량을 30만톤(신선과일·냉동) 수입해 방출한다는 기존 계획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특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업자인 마트에서도 TRQ물량 직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간담회가 열렸던 22일부터 당장 실행했다. 마트 직수입이 허용되면서 그만큼 가격 또한 낮아져 수입과일에 대한 소비 확대가 기대된다고 정부측은 진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렌지를 예로 들면, 마트의 직수입으로 그전보다 9.2~16.0% 가격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품목과 유통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2월 23일 기준으로, 신선과일 TRQ 통관물량은 상반기 허용물량 20만4천톤 계획의 17~18%  3만5천여 톤 수입돼 시장에 방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를 인하해 수입한 과일(신선·냉동) 물량이 수요량에 모자라면 추가적으로 할당관세물량을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에, 계획물량 TRQ 30만톤 달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주요 대형마트의 수입 과일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최고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20여년전부터 해외시장을 발굴해 과일류 직수입 시스템을 확대·적용하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들은, 이번에 정부가 TRQ물량까지 수혜 범위를 넓혀주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즉 ‘날개를 달았다’ 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 또한 물가안정을 이유로,‘부족분’에 대해‘신속 수입’하는게 과일 수급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수입 과일 시장점유율은 가파른 확산세를 보일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 주도의 과일시장 트렌드 변화로, 과일·과채류를 생산하는 농가들의 생존이 불안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과일이 ‘싸고 다양하게’ 시장을 점유하면서 출하가격에 탄력성을 매길 수 없는 농민들은 이미 파산선고 선두에 서 있다. 외래 과일의 다양성과, 생산비 부담에 발목잡힌 가격경쟁력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선 현장에서 늦겨울에 출하중인 딸기, 천혜향 등을 비롯 3월 본격 출하를 시작한 토마토, 참외, 수박 등의 시설과채류 등의 가격은 공통되게 강세내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되는 생산비 산출에 앞서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이라, 이미‘비싼 과일’로 인식이 굳어진 상태다. 

일례로 2월 첫 출하를 시작으로 5월 본격 시장 출시 예정인 참외의 경우 2월 29일 현재 평균 도매가격은 10kg짜리 박스당 15만1천원을 넘었다. 지난해 9만원 거래에 비해 167% 뛴 가격대다. 이유는 이번 겨울 일조량·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좋지 않은 때문도 있지만, 시설 자재값 등 생산비 상승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재 형성된 출하가격만 놓고도, 수입과일과 경쟁력을 비교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과일 뿐만 아니라 이미 모든 농산물이 TRQ라는 절벽에 막혔다” 면서 “충분히 농업기반과 국내 시장의 자정 능력으로 해결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무분별하게 수입산 방출에 기대서 농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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