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에 불과한 ‘엉겅퀴’ 식의학 소재로 탈바꿈시킨 심재석 대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 소재한 임실생약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심재석 대표는 40여년이 넘도록 약초와 함께 살아온 약용작물 전문가이다. 수없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한길만 걸어온 그는 한국 토종 야생 엉겅퀴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난 17년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엉겅퀴 재배에 성공했다. 인근 17농가와 함께 계약재배를 통해 엉겅퀴의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엉겅퀴가 글로벌 식의학 소재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6년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됐다. 

 

 


■ 약초재배와 연을 맺다
명인은 전주농림고등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고향인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시작했다. 때마침 부모님께서 여유 돈으로 논 600평을 사려고 했으나 명인의 생각은 달랐다. 훗날 논보다 임야가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러나 당시 쌀농사가 최고였던 터라 부모님도 워낙 완강했다. 명인은 3일간 단식투쟁 끝에 부모님을 설득, 6,000평의 벌거숭이 임야를 살 수 있게 됐다.  


막상 6천평의 황무지가 생겼지만 영농활동은 녹록치 않았다. 농업의 성공조건은 토지, 자본, 기술 3박자가 하모니를 이뤄야 하는데 당시 명인은 부실한 토지와 미흡한 기술, 열악한 자본력 등 성공조건 그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해 시도하는 농사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4-H 선배가 장수군에서 약초재배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귀가 번뜩했다. 말 그대로‘이거다’싶어 곧장 선배를 찾아가 약초재배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습득하고 198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약초재배를 시작했다. 

 

 

■ 약초재배로 ‘승승장구’ 
명인이 최초로 시도한 약초농사는 율무였다. 농업을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명인은 율무 농사에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해서 첫 약초농사를 풍년을 이뤘다. 
마을사람들이 재배기술에 대해 자꾸 물어보고 그걸 답해 주면서 어느새 명인은 약초 전문가 수준에 올라서게 됐다.


그 무렵 농촌에서는 통일벼가 시작되고 비닐멀칭재배가 보급되면서 소위 농업의 백색혁명 시대가 시작됐다. 농업인들은 새로운 소득작목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약초재배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명인은 찾아오는 농업인들이 많아지면서 지난 1983년 5평 규모의 작은 건물을 임대해‘오수생약사업소’라는 간판을 달고 약초재배 상담과 보급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을 개소했다. 


약용작물은 한의원, 한약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 건조, 절단, 포장 등 가공 공정을 통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약초재배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섰다. 
이를 통해 명인은 임실군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독활 주산지로 성장시켰다. 명인은 임실군에서 생산하는 독활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활기가 넘쳤다. 더욱이 임실군은 독활과 더불어 농림부 지정 작약 주산단지 지자체로 지정받아 대단위 작약 생산 단지를 조성하면서 명실상부하게 약초군(郡)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 수입산 약재로 좌절, 건강식품 제조로 활로 모색
명인은 5만평 토지에 작약 3만평, 독활 2만평을 재배하는 약초재배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국에 손꼽아 주는 약초농사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값싼 중국산 약재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약초재배 농가들의 목을 죈것. 


이때 명인은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그동안 주업으로 삼았던 건재한약 재배, 가공, 유통 시스템을 접고 약용작물 소재를 이용한 건강식품 제조업으로 전환했다. 
특히 명인은 건강식품을 그간 관행으로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원광대학교 의약자원 연구센터, 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 등 연구기관들과 산학연 협약을 체결하고 연구한 결과를 기초로 제품을 개발하는데 노력했다. 


이를 통해 명인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맑고 깨끗한 섬진강에 무수히 서식하는 다슬기를 이용한 간기능보호 식품을 개발했고 2003년 토종 민들레 연구를 한국식품개발 연구원에 의뢰해 상품화했다. 


뿐만 아니라 전북농업기술원 진안 약용작원연구소의 기술지원으로 한 인진쑥 엑기스, 전북대학교 식품공학과와 함께 연구개발한 산수유, 흑마늘, 천마 등 30여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 엉겅퀴로 새로운 도전 나서 
건강식품으로 전환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펴게 됐지만 명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가만 보니 생산하고 있는 건강 제품이 죄다 모방품이었던 것이다. 소위 약초전문가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모방품보다는 명인만의 독자 제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깊어지던 찰나에 어릴적 어머님이 해주시던 엉겅퀴 식혜가 생각이 났다. 엉겅퀴를 주제로 산업화를 해보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직감에 전국 각지 엉겅퀴 재배농가를 수소문했지만 전국 어디에도 없었다. 이때 명인은 엉겅퀴를 재배부터 가공까지 추진해보면 희망이 보이겠다는 생각에 그길로 엉겅퀴에 푹 빠지게 됐다. 


명인은 노력 끝에 한국 최초로 엉겅퀴의 생리작용을 규명하고 재배방법을 정립해 발표하교 최초로 엉겅퀴 재배에 성공했다. 생육조건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재배한 엉겅퀴는 발아율이 5%도 안되는 큰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극복해 가면서 마침내 재배에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 토종엉겅퀴는 약 20여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뿌리부터 전초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원료로 식품의약안전처에 등재돼 있는 품종은 단 한 종류이다. 그것이 바로 명인이 재배하고 있는 품종이다.

 

■ 글로벌 식의학 소재로 성장시킬 터  
무엇보다 명인은 엉겅퀴는 인체에 이롭다는 말보다는 실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임실엉겅퀴가 갖고 있는 생리활성 물질을 부위별과 수확시기별로 분석해 임실엉겅퀴의 성분지도를 완성했다. 


또 생리활성 물질의 기능성을 탐색과 연구를 통해 임실엉겅퀴가 간기능 보호와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에 좋으며 관절염과 신경통에 효과적이라는 사실과 함께 다양한 효과 효능을 규명한 연구 논문을 24편이나 내놨다. 


명인은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임실치즈식품연구소, 전주 생물소재연구원, 전주대학교, 중앙대학교, 가천대학교, 아주대학교, 부산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전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연구 결과는 간 기능성 식품 글로벌 시장이 수 조원으로 형성되고 있고 그 주류는 ’밀크씨슬(서양 엉겅퀴)‘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백원억이 판매되고 있다. 명인은 밀크씨슬과 임실엉겅퀴의 비알콜성 지방간에 대한 비교연구를 실시해 임실엉겅퀴가 밀크씨슬보다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는 것을 밝혀내 임실엉겅퀴가 간 기능성 글로벌 식의약 소재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명인은 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서 15여종 이상의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명인은 임실지역의 17농가와 함께 임실생약과 계약을 통해 재배를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엉겅퀴의 보라색꽃을 관광 자원화해 엉겅퀴 테마 공원을 조성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하는 등 명소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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