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품종을 여러 이름으로 판매하는 ‘일품종 이(異)명칭’ 종자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은 같은 품종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판매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품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문제는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까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종자 업계의 자정 노력 유도라는 명분하에 사용 신고 자진 취하에 주력해왔다. 실제 2019년 국립종자원에 42개 업체 17개 작물 363개 품종의 판매신고 자진 취하서가 접수됐다. 2016년에 138개 품종이 신고 취하서를 접수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증가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실컷 신품종 종자라고 농민을 속여 비싼 값에 팔아 폭리를 취하고도 자진신고 기간에 취하서만 제출하면 그만이고, 설령 단속에 걸려도 벌금 천만원만 내면 그만이니 남는 장사다. 신고 취하 유도로 불법 유통을 근절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말로만 엄중한 처벌 운운하는 것은 그만하고 이제부터라도 철저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동안의 검사로 인해 데이터도 상당수 확보된 만큼 업체의 신고를 받는 과정에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원천적으로 일품종 이명칭 종자가 유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미룰 이유가 없다.

종자 불법 유통 단속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벌금액 대폭 인상 등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도 개정해야 한다. 적발된 업체명과 품종, 상표명을 공개해 농업인들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적절한 배상이 가능한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종자산업 대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에서 더이상 불법 유통 종자가 판치지 않도록 농식품부의 철저한 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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