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투쟁’ 전국 곳곳 확산
45년만에 28.3% 폭락·밥 한공기 203원
농식품부, 매입량 늘린 수급대책 예고

 

사진제공=상주시 농민 박희준씨
사진제공=상주시 농민 박희준씨

 

 “45년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 앞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논을 갈아엎는다.”
지난 21일 경북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일대 나락이 묵직하게 영근 논배미 안으로 트랙터가 들어섰다. 구호 몇 번 외치는 사이, 600여평 가지런하던 볏줄기는 삽시간에 트랙터 모터소리와 함께 진흙 범벅 논바닥에 전부 짓이겨졌다. 1년 쌀농사가 허망하게 사라졌다. 


상주시농민회 남주성 회장은 “자식같이 보이는게 농사다. 벼를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은 모두 정부의 정책 실기에 있다” 고 말했다. 


9월15일자 산지쌀값이 20kg 정곡기준 4만725원으로 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5일을 기점으로 28.3%, 45년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농민들은 ‘농사포기’에 앞서 마지막 수단으로 수확을 앞둔 벼를 ‘로타리’ 쳤다.

21일 하루만 해도 당진·보령·논산을 비롯한 충남지역 9개 시군에서 벼를 갈아엎었고, 같은 날 경북 의성·상주에서도 쌀값 보장을 촉구하며 논에 트랙터를 몰아넣었다. 9월 벼 수확기 들어 농민 ‘자해’ 에 해당하는 벼 갈아엎는 시위는 강원 경남 전북을 우선으로 전국 확산 중이고, 최대 곡창지대인 전남의 경우 이달말 동시다발로 나락을 짓이기는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25일 쌀수급대책 발표 예정인(22일 기준) 정부는 우선 들끓는‘농심잡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그동안 11번에 걸친 쌀 시장격리 조치에서 실효를 거뒀다고 분석되는 2017년의 쌀 수급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김인중 차관은 15일 가졌던 국회 농해수위 소위에서 “이번 대책은 ’17년도 대책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이를 참고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 이라며 “지금도 그때와 같이 농가들의 기대나 요청이‘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책을 준비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 가 될 것이란게 농식품부측 설명이다. 2017년 수급대책의 포인트는 과잉생산량보다 많은 물량을 조기 격리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시 예년보다 20여 일 빠른 9월28일 수확기 대책을 발표했다. 395만5천톤 생산량이 예측되고 쌀값 안정을 위해 총 72만톤을 매입한다고 밝혔었다. 이중 37만톤을 시장격리했다. 전년도보다 24만여톤이 적게 생산됐음에도 매입량을 3만여톤 늘려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벼 매입자금 지원, 재고미 활용 확대, 국외 식량원조 수요 발굴 등의 가격지지 보완대책도 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농식품부의 대책이 예고된 것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5년전의 쌀수급대책과 유사한 내용만 갖고 근본적 쌀값 회복 대책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최근 경기·강원·충남·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 8개 지자체 도지사는 연대성명을 통해 쌀값 안정대책으로 2021년산 구곡과 2022년산 신곡의 동시 수매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도, 양곡연도말인 올 10월 예측 재고물량(농협 10만여 톤)과 민간RPC물량 등을 합쳐 15만톤 이상의 구곡, 신곡 초과 생산분 35만톤 등 총 50만톤에 대한 신·구곡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다가 구조적 쌀 생산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회 농해수위에서 여··정부간 쟁점화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률안이 농해수위법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여당과 정부측이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어서 상임위 전체회의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개정안 핵심은 쌀의 시장격리 요건을 법률로 의무화하고, 논에 타작물 재배할 경우 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미곡의 과잉 생산 등으로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 돼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시기의 미곡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등은 반드시 시장격리토록 의무화한다고 담고 있다. 또 타작물 재배면적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하고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 등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보탰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강력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경우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키고,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다. 결국 쌀 재배 요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게 농식품부측의 설명이다. “농가들 입장에서 보면 쌀을 안심을 이유가 없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고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측 신정훈 의원은 시장격리 의무화 조치가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생산조정은 식량자급률 감소를 초래한다는 정부측 주장은 궤변이라고 지적하며, “쌀값이 떨어지면 생산면적이 줄고, 쌀값이 오르면 면적이 늘어난다는게 정부측 논리인데, 그런 통계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농식품부의 25일 쌀 수급 안정대책이 발표되면,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구곡 수매량, 타작물생산조정제 재검토 여부, 쌀 목표가격제 부활 문제 등 여··정부간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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