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 첨병 ‘가축방역사’… 처우개선 절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강원도본부 서부사무소 소속 이만재 가축방역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강원도본부 서부사무소 소속 이만재 가축방역사

 

 

ASF 초동방역·가축전염병 검사 등
가축전염병 예방·확산방지 매진
업무환경·처우 개선 필요

 

“사명감 하나만 가지고 일하기엔 너무 힘듭니다. 일한 만큼 보상받고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2008년부터 강원도 지역에서 가축방역사로 일하고 있는 이만재 가축방역사의 바람이다.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시작된 지난 2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체육공원에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강원도본부 서부사무소 소속 이만재 가축방역사를 만났다. 인사를 나눈 뒤 그는 동행 취재에 앞서 하루 일정과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지난 19일과 20일, 춘천에서 양돈농장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던 터라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농가 동행 취재는 어려울 것 같다며 농가 앞까지만 동행할 것을 부탁했다. 이 방역사의 업무 차량을 함께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축방역의 파수꾼 ‘가축방역사’


가축방역사란 가축에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전국의 축산현장을 누비고 있는 가축방역사는 총 496명, 이들의 주 임무는 시료 채취를 통한 차단 방역이다. 이 방역사의 담당업무 역시 철새 분변 시료 채취(조류인플루엔자 확산방지)와 양돈농장 시료 채취(구제역, ASF 등 확산방지)였다. 보통 가축방역사는 2인 1조로 함께 이동하지만 양돈과 철새는 혼자 담당하기도 한다고 이 방역사는 설명했다.


“오전 8시쯤에 춘천에 있는 사무실로 먼저 출근을 해요.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방역복이나 주사기 등 필요한 물품을 챙긴 뒤 거점소독소에 들러 차량 소독을 하고 담당 지역의 농가로 이동합니다. 저의 경우 철원이 담당 지역이라 거의 매일 4시간 이상을 차로 이동하고 있어요. 오전에는 양돈농장에서 시료 채취, 오후에는 철새 도래지에서 분변 시료 채취를 한 후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다시 거점소독소로 이동해 차량 소독을 합니다. 그리곤 양돈 시료는 동물위생시험소에, 철새 시료는 강원대 조류질병학실에 제출하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와요. 현장업무만 하면 끝이라고 다들 오해하시지만 하루 동안 한 일에 대한 행정업무를 해야 하루 업무가 마무리됩니다. 대략적으로는 이렇지만 철새 도래 시기에는 새벽부터 철새 도래지에 나가 분변 채취를 위해 대기하기도 하고 ASF가 터지면 한밤중에 초동방역을 나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하는 것 같아요.” 

 

이만재 가축방역사가 시료 채취를 위해 조류 분변을 찾고 있다.
이만재 가축방역사가 시료 채취를 위해 조류 분변을 찾고 있다.

 

가축에 의한 부상 부지기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양돈농장에 도착했다. 농장에 출입하기 전 이 방역사는 방역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농장 밖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농장 밖에서 방역사를 기다린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갑자기 돼지의 비명이 들렸다. 50미터 너머에서 방역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료 채취를 거부하는 돼지의 비명은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가까이에서 들었다면 귀에 이상이 생길 정도였다.


실제로 많은 가축방역사가 가축에 의해 다친 경험이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방역사 213명 중 122명은 소뿔에 받히거나 뒷발에 차이는 등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역사 가운데 소나 돼지를 보정하다가 줄에 쓸려 화상이나 찰과상을 입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67명, 시료 채취 중 주사기에 찔린 적 있는 사람이 54명이었다.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


선선해진 가을 날씨였지만 작업을 끝내고 돌아온 이 방역사의 옷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작업 후 샤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아 평소 수건으로 가볍게 몸을 닦고 다음 일정을 진행한다는 이 방역사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봤다.
“방역복을 입고 작업하지만 일하고 나면 온몸에 가축분뇨 냄새가 배요. 식사하러 식당에 가면 냄새가 너무 나니까 저희가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도시락을 챙겨 와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해요.”
농가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 방역사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희는 농가 분들을 돕고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정작 농가 분들은 저희가 방문하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하세요. 돼지의 경우 질병 검사를 위해 혈액을 채취하면 며칠간 사료를 안 먹어요. 농가 입장에서는 빨리 비육해서 출하해야 하는데 저희가 다녀가면 그게 늦어지니 저희한테 왜 왔냐면서 불만을 얘기하시죠.”

 

늦은 승진, 적은 보수…처우 개선 필요


오전 업무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힘든 업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묻자 이 방역사는 가축방역사의 처우가 자신이 입사했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답했다.


“가축방역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직입니다. 공무원이 지켜야 하는 법은 똑같이 지켜야 하지만 공무원 연금, 복지 등 공무원이 받는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어요. 승진도 공무직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본부의 일반직에 비해 상당히 늦습니다. 제가 15년 차인데 직급이 아직 대리입니다. 가축방역사의 경우 10년은 넘게 일해야 대리를 달 수 있어요. 물론 그렇지 못하고 아직 직급이 주임인 분들도 많고요. 저보다 늦게 들어온 본부의 일반직이 벌써 차장을 달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지부에 따르면 기타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일반직 55명을 제외한 1,200명의 직원은 공무직 즉 무기계약직이다. 또한 가축방역사의 연평균 임금은 3,570만 원으로 다른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3,651만 원보다 낮았다.
이 방역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점심 식사를 같이하던 한 가축방역사가 적은 출장비와 보수에 관해 이야기를 거들었다. 


“출장비의 경우 한 달에 15회 이상을 나가야 12만 원이 나와요. 저희가 월평균 20회 정도 출장을 나가는데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6천 원 정도에요. 요즘 물가에 6천 원으로 밥도 못 사 먹어요. 그리고 8월에 양구 ASF 초동방역을 나갔을 때 받아야 했던 출장비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일한 만큼 받을 수 있었으면”


식사 후 이 방역사의 또 다른 업무인 철새 분변 시료 채취를 위해 철새 도래지로 이동했다. 조류 분변은 신발에 묻어 AI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멀리서 이 방역사의 업무를 지켜봤다. 토교 저수지, 한탄강 일대를 돌아다니며 조류의 분변을 찾던 이 방역사는 강물에 몸이 젖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본인의 업무에 충실했다. 업무를 마친 이 방역사에게 마지막으로 가축방역사로서 앞으로 바람을 물었다. 


“험한 일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아 가축방역사의 이직률은 6.9%로 공공기관 평균 이직률(1.4%)보다 5배 가까이 높아요. 고생하는 것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후배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축산 발전에 꼭 필요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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