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매물 급증, 경매·공매도 증가
냄새 등 환경·주민 갈등도 원인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하소연

 

 

 

세계적 고물가 국면에 따라 국제곡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사룟값 부담이 늘고 인건비마저 급등하자 축산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하나둘 늘고 있다.
늘어나는 빚과 사료대금을 감당하지 못해 강제경매시장에 나온 축사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출현하고 있으며, 소를 먹일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현실을 견디지 못해 축사와 목장용지 매각에 나선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우농가의 소통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소풍 한우, 우보천리 같은 온라인 한우 커뮤니티와 전국한우협회,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축산단체 게시판에 올라온 축사 매매물건은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1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매물이 60여 건이었던 점에 견주면 몇 배가 늘어난 물량이다.


부동산 114, 인사이트 옥션 등 부동산정보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매각기일 2개월 내로 경매에 나온 축사와 목장용지가 20여 건에 이르고, 공매처분 중인‘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도 속속 게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우농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는“우리나라 축산업은 특히 생산비 중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일이 년 새에 사룟값이 삼사 십 프로티지 올랐으니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한우농가는 “지난해에는 한우 지육 가격이 킬로그램에 2만 원을 넘기는 초호황기여서 사룟값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지난해 농가가 받았던 가격보다 못하고 사료비는 껑충 뛰었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 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젖소를 키우는 한 농가는 사룟값 문제와 함께 인건비 상승 문제를 짚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두 명 고용하고 있는데, 작년 인건비 지출 결과 전년보다 1인당 연간 약 300만 원이 더 들어갔다”라며 올해는 더 올려서 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축산냄새 민원으로 인한 환경갈등, 주민갈등도 그렇고 신축 축사의 주거지나 도로와의 이격거리 제한 등도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축산농가들이 ‘희망’의 끈을 놓고 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 이라고 지적했다. 축산업 신규진입도 어렵고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현장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경매물이나 공매처분 물건, 매각으로 나온 축사가 새 주인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에서 누구라도 선뜻 축산업에 뛰어들길 꺼리는 까닭이다.


실제로 대부분 축사 경매물은 1, 2회 유찰을 통해 감정가의 절반 가격인데도 낙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매물건의 경우 무려 17회 유찰을 기록한 축사도 있다. 이 경우 낙찰을 받아도 더는 축사 용도가 아닐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축산단체와 축산농가들은 “국제정세가 아무리 불가항력의 사항이라도 정부가 사룟값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라며 “사료구매자금을 찔끔 지원하는 정도로는 어림없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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