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강력 태풍 영호남 타격
침수·도복·낙과 등 5132㏊ 피해

 

 

초강력 태풍 ‘힌남노’ 가 세차게 흔들어 놓은 6일 새벽. 경북 영주 부석사 앞 사과나무들이 금쪽 같은 열매를, 농부의 눈물 대신 뚝뚝 떨구었다.
초강력 태풍 ‘힌남노’ 가 세차게 흔들어 놓은 6일 새벽. 경북 영주 부석사 앞 사과나무들이 금쪽 같은 열매를, 농부의 눈물 대신 뚝뚝 떨구었다.

 

 

이례적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6일 새벽 경남 거제에 상륙한 뒤 빠른 속도로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이 태풍으로 포항지역에 적잖은 인명 피해가 일어난 가운데 침수, 도복, 낙과 등 농작물 피해도 513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기상특보가 모두 해제된 7일 11시 현재 사망 10명, 실종 2명, 부상 3명 등 인명피해는 총 15명이며 주택 침수 8328건, 상가 침수 3085건 등 사유시설 1만1934건, 도로·교량·하천 등 공공시설 426건이 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는 침수 2442.5㏊, 도복 1402.7㏊, 낙과 1286.3㏊ 등 총 5131.5㏊로 집계됐다. 지역으로는 경북이 2329.9㏊로 피해면적이 가장 많았고 전남(1124.0ha) 경남(862.4㏊) 전북(438.2㏊) 제주(280.0㏊)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잠정 집계치로 정밀조사를 거치면 피해면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농작물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해 신속한 응급복구에 나서기로 했다.


양수기, 배수펌프 등을 동원해 침수 농지의 물을 빼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생산자단체, 농협 등이 보유하고 있는 광역방제기, 드론, 무인헬기 등 쓸 수 있는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병충 방제를 실시한다. 농협을 통해 약제와 영양제를 30∼50% 할인해 공급한다.


농식품부는“재해보험 가입농가에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농협과 협의해 사전에 손해평가인력 배치 계획을 세웠으며, 피해 접수 후 조사를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라며 응급복구가 이뤄지는대로 대파대, 농약대, 가축입식비, 시설복구비 등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도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작잖은 해를 당했다. 특히 부석면, 단산면 지역은 낙과 피해가 큰 데다 일부 농가는 사과나무가 뿌리째 뽑혀 넘어지는 피해가 벌어졌다.


부석면에서 한우 사육과 1만4900㎡(4500평) 사과 농사를 하는 이종익 한국농촌지도자영주시연합회 부석면회장은 “수확을 앞둔 사과가 맥없이 떨어지고 나무 다섯 그루가 넘어졌다”며“여기는 산이 바람을 막아줘서 그나마 피해가 적은데‘바람 길’에 과원이 있는 이웃 농가들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7일 오전 기준 영주지역 낙과 피해는 사과 500여㏊, 만생종 복숭아 7㏊ 등이며 포도의 경우 직접적인 열매 피해보다는 비가림시설의 비닐이 찢긴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도 낙과 피해가 크다. 정밀조사 이전 달관조사 결과, 7일 오전 기준 배 재배면적 350㏊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하고 낙과율은 15∼20%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마을이장 등을 통한 달관조사로는 약 350헥타르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밀조사결과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며 “올해는 추석이 일러 8월 중순부터 따기 시작해 대략 50% 수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배 재배농가의 경우 86퍼센트, 1528명이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이고, 낙과 중 숙기가 맞고 당도 기준을 넘어서는 저품위 열매는 가공용으로 수매가 이뤄질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험적용 손해평가기준이나 보험금 지급액 등 농업재해보험을 두고 현장 농업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나주 왕곡의 한 농업인은 “손해평가사가 와서는, 배 5만 개에 대해 보험을 들었는데 그 20퍼센트인 1만 개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며 “자동차보험은 일부 손해라도 보험혜택을 받는데 하물며 자연재해로 2천 개가 떨어지는 손해를 봤는데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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