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데이터 구축, 멘토링… 변화의 길 찾아야”

 

 그동안 농업, 농업인에 대한 토론은 많이 진행됐지만, 농업인학습단체의 역할과 방향 등을 고민하는 자리는 부족했다. 이에,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을 맞아 학습단체협의회 주최,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주관으로 ‘변화와 혁신의 시대, 농업인과 학습단체의 역할 재조명’ 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농촌지도사업의 성과와 과제는?

1962년 농촌진흥청이 개청하면서 우리나라 농촌지도사업도 함께 시작됐다. 그로부터 60년간 농진청은 농촌지도자, 생활개선회, 4-H 등 3개 농업인학습단체에 대해 농촌지도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농촌은 젊은층의 계속된 이탈로 인구감소·고령화가 급속화 되고 있고, 농업인학습단체 역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3개 학습단체 간 주기적인 소통·협력을 연간 추진하고 예비-정착초·후기 등 영농단계별 신규유입 및 정착·성장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용섭 전 충북농업기술원장
송용섭 전 충북농업기술원장

송용섭 박사는 기조발표를 통해 농촌지도사업의 두 가지 키워드로 학습과 실천을 제시했다. 

송 박사는 “학습단체의 역할은 학습과 실천에 있고, 이 두 가지의 키워드를 잃게 되면 학습 단체의 의미가 없다” 면서 “농촌지도자는 농촌조직의 리더로, 4-H는 과제를 통한 스마트농업 주도, 생활개선회는 지역단위의 소비자단체와 협력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개 학습단체는 (농업)생산 과정에서 농업기술 보급과 확산을 담당했던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 고 말했다.

 

강정현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대행
강정현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대행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대행은 세부발표에서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결국에는 현장 농업인들의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농진청과 농업현장은 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농촌지도사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1997년 지방화 이후 농업기술센터의 통합으로 기능과 역할이 위축되면서 농업인의 현장애로기술 해결 기능이 약화되고, 행정업무의 증가로 고유의 농촌지도사업이 보조업무로 전락되는 점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권철희 농촌진흥청 지도정책과장은“농진청과 농업인학습단체와의 연계 중요성에 공감하고, 농촌지도사업의 법적 기반을 좀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농업인 육성 위한 연대 강화 필요

박정화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농업인학습단체뿐만 아니라 농업인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조직 현황 파악이 힘들고,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점 등이다. 대부분의 학습단체는 회원 각각의 정확한 정보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나마 농촌지도자회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적으로 회원들의 데이터가 정확한 분석과 그들을 위한 맞춤형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재정적 자립도가 낮다보니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승환 4-H 연합회 부회장
이승환 4-H 연합회 부회장

강정현 사무총장 대행은 “회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회원들의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각 단체의 중앙회가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맞게 배치를 해주는 것이 농업인학습단체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면서 “농촌지도자회에서는 회원들의 주소와 이름, 재배면적 주작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하고 있고, 하반기에 농진청과 손잡고 이 부분을 더욱 더 확대해 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철희 농촌진흥청 지도정책과장

이와관련, 권철희 과장도 토론에서 “학습단체별, 세대별 연대 강화와 체계적인 회원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이 차이가 있고, 연령대와 성별 등이 다른 농업인학습단체의 연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농진청은 일단 청년 농업인의 육성에 포커스를 두고, 기존 농업인학습단체와의 멘토-멘티 사업 등을 통해 연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고 덧붙였다.

 

구동관 충북농업기술원 기술정책과장

이밖에 구동관 충청북도농업기술원 기술정책과장은 토론에서 “충청북도의 통계를 보면 농업인의 평균 연령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농업인학습단체의 회원 영입이 안되는 상황들이 보인다” 면서 “젊은 사람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농업인학습단체의 존립 자체가 애매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농업을 어떻게 지키느냐” 고민 필요

역사의 변천에 따라 농업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시대, 스마트 농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한복판에서 농업인 총궐기 대회를 해도 메이저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다뤄지지 않는 등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농업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노만호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부회장
노만호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부회장

토론자로 나선 노만호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 농업관련 정치인이나 정부기관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정부에서는 국민을 생각하지 농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우리 농업인학습단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농업을 책임지기 위해서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문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대해 권철희 과장은 농업인학습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 사업을 통해서 사업이나 조직 간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학습단체별 환경 변화에 따른 역할 정립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면서 “농업인학습단체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탄소 중립 실천 캠페인이나 환경 정화 운동 등을 공동으로 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이 되는 공익적인 활동을 좀더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면서 “농촌지도자회의 경우 단계적으로는 품목별 조직화로 변화를 꾀해서 실질적인 생산자 조직의 역할을 병행하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다 후계 육성을 하는 시스템을 선도하고, 전체적인 자문 역할을 강화를 해 줬으면 감사하겠다” 고 덧붙였다.

 

최종태 전 강원농업기술원장
최종태 전 강원농업기술원장

한편 이날 토론은 최종태 전 강원도농업기술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승환 4-H 중앙연합회 부회장은 청년농업인 육성을, 박정화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은 여성농업인 육성을 주제로 토론했다.

또 객석토론에서는 농업인학습단체를 관리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도 요구됐다.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객석토론을 통해 1998년에 시·군 농촌지도소가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로 편입됐고, 전적으로 시장·군수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면서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과 네트워킹이 안되고, 농업인학습단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현장에서는 농업기술센터가 농업인학습단체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한 이야기도 나온다”면서“지역에서 우리 농업인학습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막힐 수도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앞으로 진흥청, 오늘 나오신 농업인들과 토론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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