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023년도 농식품부 예산안

 

농식품부가 최근 밝힌 17조2천785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농업계의 불만이 높다. 농작물을 키우는 생산비는 치솟는데 막상 시장에 출하하는 농산물은 제값을 못받는, ‘적자경영’이 누적되고 있는 현 농촌 실정을 반영한 대책이 실종됐다는 주장이다.


“폭락세로 형성된 시장가격으로 농산물을 사들여 비축하겠다는 돈,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찍어서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돈, 과연 농민·농업을 위한 예산인가 묻고 싶다”고 농민단체 한 임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쌀 재고량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쌀값 폭락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데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1년산 구곡과 2022년산 신곡에 대한 추가적인 시장격리 대응 예산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총체적으로 농식품부 소관 2023년 예산안은 규모면에서 밀·콩 생산기반을 늘리려는 전략작물직불금 258억원, 실제 농사짓는 사람에게 예외없이 직불금을 지급키로 한 3천억원 등의 농업직불금 증액 정책이 눈에 띤다. 또한 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전환한 규모가 1천716억 상당 늘어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농업계의 지적대로 물가인상폭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진단이 대체적이다. 농산물유통개선사업이나 농가소득안정사업,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출연 등 장기적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할 현안 농정에 대해, 예산안 내용상 재정지원을 멈췄다는 분석 또한 국회 심사에서 짚어야 할 대목이다.

 

농식품부·기재부  “직불금 사각지대 해소 등 농가 경영안정 주력”
농민단체 “생활안정 대책 실종”… 쌀값·생산비 대책 포함 요구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여 농민들이 지난 8월 29일 서울역 앞에서 총궐기 대회를 열고, 농가 생산비용 보전 및 농가 부담 해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예산을 늘린 정책 = 전년대비 예산을 10%이상 늘린 증액사업을 보면 가장 먼저 융자사업을 전환한 이차보전사업을 포함해, 민간대출자금에 이자차익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눈에 띤다. 총 4천519억4천200만원으로 1천716억4천300만원 61.2% 늘렸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산규모도 커졌다. 농축산경영자금, 재해농가이자감면, 재해복구융자금, RPC(미곡종합처리장)운영자금, 농업종합자금,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 농촌주택개량자금, 협동조합합병자금, 축사시설현대화자금, 6차산업창업지원자금 등이 속한다. 전년도 추경에 반영했던 특별사료구매자금, 축산물수급관리자금 등이다. 융자사업에서 민간금융 이차보전사업으로 전환한 주요사업은 재해대책비, 인삼계열화수매, 산지유통활성화지원 등이다.


농촌공간계획 및 재생지원사업에도 52억3천600만원 늘어나 153.5% 증액율을 기록했다. 신규 사업지구로 40개소 등 2031년까지 농촌생활권을 총 400개소를 선정해 주거·생활서비스 기능 등 통합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농업인 건강·연금보험료 지원사업비도 421억원 증액한 417억5천400만원 배정했다. 농민들의 건강보험료를 세대별 월평균 4만9천720원으로 4천700원정도 인상 지원하는 내용이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전년보다 41.7% 증액한 551억여원이다. 청년농 영농정착 지원대상자 선발인원을 늘리면서 반영된 예산 배정이다. 이외에 100억이상 증액한 사업은 임대형스마트팜사업, 농식품벤처창업활성화지원사업, 수입양곡대사업, 농산물비축지원사업, 농지관리기능강화구축사업, 농식품소비정책및건전한식생활확산사업 등이다.

 

■ 예산을 줄인 정책 = 산지유통활성화지원사업이 이차보전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융자사업 성격의 산지유통종합자금은 전년보다 42.6% 줄어든 4천93억2천만원 배정했다. 친환경농자재지원사업은 1천755억1천400만원 감액됐는데, 비료 가격 안정지원사업 명목으로 올해 무기질비료가격보조로 추경에 반영되는 등 예산이 별도 분리됐다는 이유다. 전년도 재정사업자율평가 미흡 판정으로 식품외식종합자금이 32.4% 줄어든 1천446억3천300만원, 농어업재보험금사업이 보험기금의 재무상태를 감안해 30% 감액된 700억원, 취약지역생활여건사업은 담당이 국토부로 이관되면서 280억원 줄어든 1천80억원 등 각각 예산안으로 잡혔다.


이외에 감액율만 따져서 농촌융복합산업활성화사업이 54.3%↓, 건립 완료된 국립농업박물관건립사업이 49.8%↓, 과수생산유통지원사업 30.9%↓,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21.6%↓, 원예시설현대화사업 40.8%↓, 계속지구 감소에 따른 농업기반시설치수능력확대사업 29.4%↓, 노지스마트농업시범사업 44.3%↓,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사업 21.9%↓, 농촌공동체활성화지원사업 27.5%↓, 작물바이러스및병해충대응산업화기술개발사업 26.1%↓,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제주) 35%↓,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24.3%↓, 농식품분야 해외인턴십사업이 농업농촌교육훈련지원으로 이관되면서 농업협상대응사업 23.2%↓ 등이다.

 

■ 농민이 요구하는 정책 = 예산안 관련, 농업계의 공통된 요구는‘현장·현실에 맞는 예산 배정’이다. 일례로 농촌공간계획사업 재정 투자는 늘리고, 농지전용으로 난개발되는 문제는 방관하는 등에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고, 한 농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지적했다.  


농업계가 이구동성 외치고 있는 양곡예산 또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양곡관리특별회계 내년 예산안은 외형상 전년보다 818억2천800만원 늘었다. 그러나 세부사업을 보면 수입양곡대, 즉 곡물수입에 들어가는 예산이 총 5천549억 여원으로 1천222억원 증액됐다. 국제곡물 가격 상승과 환율급등으로 불가피한 조치라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쌀가루산업화지원사업비도 71억원 신규로 포함됐다. 그만큼 양곡매입비는 올해보다 212억원 가량 줄었다.

공공비축 매입물량이 5만톤 가량 줄어든 40만톤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른 양곡관리비도 268억원 가량 감액됐다. 올해 73만톤 기준에서 내년에는 71만톤 기준으로 관리비를 산정하는 것이다. RPC가공시설에 투자되는 고품질쌀 유통활성화사업비도 11억4천만원 줄어든 23억8천만원으로 책정했다.


농업계는 쌀값 폭락에 대비한 시장격리사업비를 주문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에 근거해 선제적 시장격리를 시행할 경우, 즉각 조치가 가능토록 대응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곡관리비 또한 공공비축량 확대에 대비한 탄력 자금을 배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윤석열대통령 핵심농정인 농업직불금의 단계적 확대도 농민들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현재 2조4천억규모인 직불금을 2026년까지 5년내 5조원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매년 5천억원 이상 증액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의 국회 상임위 발언이기도 하다. 헌데 내년 계획안은 3천292억 여원 증액에 그치고 있다. 올해 실제 농사짓지만 직불금을 지급받지 못한 농가들에 대한 확대 규모 3천억원, 전략작물직불금(기존 선택형 논활용직불) 258억원, 직불금이행점검비 34억5천만원 등을 각각 증액했다. 


문제는 농가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선택형직불체제로 재원을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략작물직불외 선택형직불 예산은 농촌경관직불, 친환경농업직불, 친환경축산직불 등에 전년도와 똑같이 적용했다. 선택형 직불 프로그램을 늘려, 농업 경영이나 생활안정에 직접적인 지원대책으로 작용토록해야 한다는게 농민단체들의 촉구사항이다.


농자재비·에너지값 등 생산비 폭등으로 인한 농가부담을 완화시키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종 기금에 포함된‘농가경영안정’프로그램에 농가 생활안정에 밀착된 항목의 지원사업을 늘려야 한다는게 농업계 분석이다. 농식품부 예산을 2.4% 증액했다지만, 예산안 내용을 살펴보면 실질적 체감 예산은 축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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