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관원‘GMO 검출’결과 무시 판결
유채공급자 손 들어주며 논란 키워

 

아이쿱생협연합회와 소비자기후행동은 지난 17일 서울역 시계탑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GMO는 유기농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며 7월 14일 서울고법의 유채유 판결에 항의했다.

 

 

 “엄연히 유전자조작 유채가 나왔는데, 유전자 조작한 유채가 아니고 유기농 유채로 봐야 한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유기농 유채유라 생각하고 먹으면 된다는 건가요?”


아이쿱생협 관계자의 한탄이다.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검사에서도, 민간 검사전문기업에서도 지엠오(GMO, 유전자조작작물)가 기준치 이상 나왔는데 법정에서 지엠오가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아이쿱생협 자회사인 <순수유>와 ㈜에프앤피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에프앤피가 공급한 유채에서‘지엠오가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이 유채는 지엠오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이 유채는 유기농 유채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8년 검사에서 지엠오가 다량 검출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에프앤피가 2015년 10월에 진행한 검사에서 지엠오가 검출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2년 9개월이나 지난 후 2018년도에 지엠오가 검출된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아이쿱생협과 에프앤피는 2015년 3월 공동출자 형식으로 유채유 가공업체인 순수유를 설립했으며, 순수유는 에프앤피가 몽골에서 재배한 유채를 원료로 공급받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사 간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논란이었다. 이들은 2015년 몽골에서 재배한 2014년산 유기 유채 200톤, 2015년산 유기 유채 300톤과 논지엠오(Non-GMO) 유채 700톤을 매매키로 계약했는데, 에프앤피가 같은 해 10월에 유기 인증을 받지 않은 유채 36톤 여를 인도하면서‘계약해지’논쟁이 불거졌다.


아이쿱생협 측은 유기 인증을 받지 못한 유채를 유기 유채로 매도한 것은 기망행위라며 계약을 취소했으나 청주지방법원은 아이쿱생협 측의 계약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와 상고 끝에 2017년 12월 최종적으로 이를 확정했다.


당시 청주지법은‘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신제는 매도인 에프앤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지만 매수인 순수유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므로 매수인이 기망당했다고 할 수가 없다’라며 계약취소 무효를 판결했다. 순수유 설립 당시 51% 지분을 가진 아이쿱 측이 49% 지분의 김신제 씨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긴 후과였다.


유전자조작 유채 판별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다. 계약취소 무효 판결에 따라 에프앤피와 순수유는 2018년에 나머지 계약물량 인도·인수를 진행했는데 이 유채에서 지엠오가 검출된 것이다.


계약서에는‘에프앤피는 원산지 증명서, 유전자변형식물 검사증 또는 지엠오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검역증 등 순수유가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여 품질을 보증’하게 돼 있는데 장기간 품질확인 절차 이행을 거부하던 에프앤피는 결국 양측이 함께 샘플을 채취해 미리 합의한 검사기관에 의뢰하기로 하고 2018년 7월 이틀간 이를 수행했다.


당시 지엠오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전문기관 두 곳에서 모두 동일한 유전자변형 카놀라(GT73)가 검출됐으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2019년 순수유와 에프앤피 창고에서 시료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도 최대 4.4%의 유전자변형 종실이 혼입된 것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농관원은 문제의 유채에 유기 인증 표시를 하지 못하도록 에프앤피와 순수유를 상대로 행정처분을 내렸으며, 서울고법 다른 재판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2022년 6월 22일 판결에서 이 행정처분을 적법하다고 선고했다.


이로써 서울고법 구회근 재판부는 약 20일 전 같은 고법 다른 재판부의 선고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회근 재판부의 지엠오에 대한 무지와‘비과학성’을 지적하고 있다. 유채 시료의‘오염’을 확신하는 오류를 통해 교차로 진행한 2018년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한 점이나 국가기관인 농관원의 지엠오 검출결과마저 배제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회근 재판부는‘시간이 지나면 지엠오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라는 물색없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전문위원은 이미‘오래된 종자라도 디엔에이(DNA) 추출 시 농도를 일정 범위로 맞춰 실험하기 때문에 지엠오 혼입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0년 5월 29일 판결에서‘순수유의 계약해제가 정당하므로 에프앤피는 이미 지급받은 매매대금과 손해배상금으로 9억5900만 원을 반환하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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