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356ha, 채소 83ha 등 551ha 침수
수확기 포도, 방울토마토 등 피해 커
감전 위험, 전기시설 복구 가장 시급

 

화성시의 한 농업인이 물에 잠겨 있는 포도밭을 멀리서 살펴보고 있다.
화성시의 한 농업인이 물에 잠겨 있는 포도밭을 멀리서 살펴보고 있다.

 

 “오이고, 수박이고 살아날 가망이 없습니다. 딸기밭도 엉망이고, 양액기도 고장이 났습니다. 밤사이에 내린 비로 비닐하우스가 초토화됐는데, 지금은 작물 보다는 전기와 수도 복구가 가장 시급합니다.”


지난 10일 찾은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김창경씨의 비닐하우스. 이곳은 이틀간 내린 폭우로 마치 폭격을 당한 전쟁터 같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물폭탄이 떨어진 비닐하우스에는 진흙 범벅이었고, 땅에 처박혀 있는 양액기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김 씨에 따르면 성인 무릎높이까지 찼던 빗물에 비닐하우스가 잠겨 수박과 오이 등 대부분의 작물은 뿌리에 피해를 입어 썩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양액기와 농기계 등이 빗물과 토사에 잠겨 작동을 하지 않는 등 시설물 피해도 상당했다.


김창경씨는 갑작스러운 물폭탄에 넋이 나간 듯 연신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김 씨는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몇 십년만의 폭우인지 모르겠지만 농장전체가 침수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막막하다”면서“지금은 정리를 도와줄 일손도 중요하지만 전기시설이 물에 잠겨 위험하기 때문에 먼저 전기 전문가가 투입돼 안전하게 복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닐하우스 뒤쪽의 수로정비가 덜 돼 있어 그동안 수원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정비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 고 호소했다.


금곡동을 비롯해 수원시에는 8일부터 9일밤까지 263.5㎜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9일 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물폭탄이 집중됐다는 것이 농업인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의 폭우피해 지원 과정에서 농업인들의 농작물 피해도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면서 “조속한 복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수원시 뿐만 아니라 인근 화성시와 평택시도 폭우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전날인 9일에 찾은 화성시 송산면 일대 역시 포도밭과 논의 상당수가 물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 김진혁씨는 “폭우가 쏟아질 때는 포도밭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하필이면 수확기에 포도나무가 물에 잠겼고, 곧 열과와 생육부진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고 말했다.


평택시 청북면의 손 모 씨도 “다시 파종하려면 최소 2주간 물빠짐이 필요하다”며“피해도 피해지만 후속 영농차질도 불가피해 심란하다” 고 말했다. 이 농가도 바로 옆 농배수로의 범람으로 고추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이밖에도 농업인들과 주민들은 이상기후로 매년 폭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농지 주변의 배수로관리와 지대가 낮은 비닐하우스에 대한 복토 지원 등을 요구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8일부터 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에 100~600mm 비가 내렸고, 11일 현재 농작물 555.1ha, 가축폐사 86,552마리, 꿀벌 660군, 하우스 0.1ha, 농경지 유실·매몰 8.2ha 피해가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벼 356.2ha, 밭작물 42.5ha, 채소 83.3ha, 과수 3.1ha, 낙과와 유실 2.8ha 등이다. 인명피해는 사망 11명, 실종 8명, 부상 16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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