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입마늘 발표에 마늘경매장 ‘직격탄’

 

 

 “그나마 낮은 시세라도 버틸만 했는데 정부의 수입 발표 이후에는 시세 자체가 없습니다. 마늘 농가가 얼마나 번다고 무턱대고 수입 발표를 합니까.”


지난 3일 경상남도 창녕농협 마늘 경매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정부의 수입 마늘 대책에 성토가 줄을 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관세 인하 품목으로 육류, 마늘, 양파를 발표하고 이중 마늘은 1만톤 수입계획을 내놨다. 수입 마늘 360%이던 관세는 50%로 크게 내려진다. 


정부 발표 여파는 컸다. 창녕농협 건마늘(껍질째 말려서 내놓은 마늘) 경매장에서 초유의 경매 중단 사태가 야기됐다. 


수입마늘이 시중에 풀린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해진 농업인들이 출하를 서두르면서 가격 하락이 가속화됐던 것. 그렇지 않아도 가뭄에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유류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크게 늘어 농업인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와중에 튀어나온 수입마늘 발표는 마늘 재배 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셈이 됐다. 


마늘 재배농가 강병기 씨는 “마늘 수확 인건비만 18만원으로 올라 마늘 시세가 받쳐주지 못하면 농가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면서 “그나마 시세가 유지돼 안심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정부가 수입 발표를 하면서 마늘 시세가 곤두박질 쳐 답답하다” 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유영돈 씨는“올해 가뭄으로 마늘 품질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어 가격이 오를까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낮은 시세에 실망이 컸지만 이 와중에 정부가 마늘 수입을 발표하면서 농가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kg당 몇 백원이라도 오르길 바라는 농가들의 심정을 헤아렸다면 이런 대책은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수입마늘 발표 이후 창녕농협 경매장에서는 20㎏들이 건마늘 상품(가장 상태가 좋은 마늘)이 ㎏당 5,200∼5,600원대까지 하던 경매가가 삽시간에 5,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창녕군 창녕·우포·이방·남지·영산농협과 합천군 합천동부농협은 정부의 마늘 수입 결정이 알려지면서 마늘 경매가 중단됐다. 


창녕군, 합천군은 전국 최대 마늘 산지다. 6개 농협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건마늘(껍질 벗기지 않은 마늘) 경매를 하는 농협이다.


6곳 조합장들의 중도매인 설득으로 지난달 25일 창녕농협 등에서 마늘 경매를 재개했지만 마늘 1㎏에 4,600원 안팎으로 거래되는 등 직전 경매 때보다 가격이 1천원 가량 폭락해 경매를 시작하자마자 거래가 또다시 중단됐다.


창녕농협 마늘경매장 신윤섭 팀장은 “수입마늘 발표이후 경매값이 폭락해 농가들의 시름이 컸지만 3일 현재 5천원대 내외로 경매값이 회복하고 있는 추세” 라며 “김장철 등 마늘가격이 상승할 때 TRQ(저율관세의 무수입량)를 적용해야 하는데 햇마늘이 쏟아지는 지금, 저율관세를 적용해 마늘을 수입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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