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단체 맏형 양계協, 좌초되나

가금산업 맏형을 자처해온 (사)대한양계협회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종계에 이어 산란계마저 독자행보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한양계협회 산란계분과위원회(위원장 안두영)는 ‘대한산란계협회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달 20일 세종시 소재 오송호텔에서 발대식을 갖고 가칭 ‘대한산란계협회(이하 산란계협회)’ 출범을 대내외에 알렸다. 추진위는 8월 중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정식 사단법인 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산란계분과위원회가 독자노선을 추진하는 것은 양계협회가 산란계농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다 불황에도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계협회는 산란일자표기, 식용란선별포장업 등 산란업계에 불어 닥친 과도한 규제와 제도에 대해 단 한가지로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 농가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따라서 이들은 양계협회라는 울타리에서 무엇인가를 바라는 과거 행보에서 벗어나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단일 품목 조직을 꾸려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주장이다. 

안두영 위원장은 “양계협회는 닭을 사육한다는 것 이외에는 공통된 것이 없어 품종이 다른 산란계 농가들은 많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 왔다”면서“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근원적인 해결책은 신규 협회 설립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산란계만의 협회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육계, 종계, 산란계분과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 양계협회에서 종계, 산란계 2개 분과위원회가 독자 노선을 선언함에 따라 가금산업의 맏형 위상은커녕 협회 존립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계협회 집행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실망감을 앞세워 독자노선을 선언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했고 옳은 처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들이 한데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상황에 사분오열하는 행태는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차기 협회장을 산란계에서 맡기로 한 만큼 그간의 아쉬움은 차기 집행부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협회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협회는 내부 결속을 다지고 흔들림 없이 제역할을 다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