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농식품부, 급속 추진에서 ‘유연성 확보’ 입장 선회
“추가 개방 불 보듯…관세 철폐·위생방역 등 대책 필요”

 

 

 문재인정부가 마지막 과제로 추진력을 발휘하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슈가‘4월 가입신청’이 무산됨과 동시에, 정부의 관련 업무가 멈췄다. 전면‘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윤석열정부 또한 CPTPP를 국정과제로 삼고 있지만 정권 초기 지지율 하락세 국면에서, 농축수산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기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PTPP 총괄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난달 28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국회 해당 상임위에 보고하는 절차만 남겨둔 상태로, 정부의 CPTPP 가입신청 준비는 마무리 단계”라며 “하지만 가입신청을 곧바로 추진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별도의 논의 배경없이 지난 3월25일 관련 공청회를 긴급히 갖고 법적 가입절차를 서두르던 때와 180도 다른 자세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속도대로 CPTPP를 추진하기엔, 특히 CPTPP 특성상 농축수산물 추가 관세인하 문제가 불가피하게 다뤄질 것이란 점에서, 이제 막 시작한 윤석열정부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석열정부의 통상외교 첫 과제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몰입하는 것도, CPTPP를 차순위로 간격을 두게 한 이유로 풀이된다.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협력체인 IPEF 회원자격으로 분야별 의제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한편, 반도체 공급망 블록인‘칩4’참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 또한 CPTPP를‘일단 멈춤’으로 돌린 복합적인 이유로 꼽는다.


정치적 분석 차원에서 문재인정부의 결과물인 CPTPP 협상 준비 과정을 전면 재검토, 일명‘흔적 털기’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전언도 설득력있게 회자되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측 관계자는“CPTPP를 새정부의 창조물로 거듭내기 위해서는, 그간 이를 반대해온 농어업분야와의 소통의 공간을 두고, 이를 정당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업분야에 긍정적 신호로 감지된다는 진단이다. CPTPP 회원가입을 추진하거나 선택하는 과정에서 농업계의 주장을 반영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지난 1일 가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CPTPP 관련, 정부내에서도 농업분야 우려사항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정부가 국익차원에서 결론낸다 하더라도 충분한 사전대책을 마련토록 노력하고, 농업인들에게 전부 열어놓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정현출 국제협력국장 또한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기획재정부 주재로 CPTPP 관련 TF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각분야별 입장과 반응 등 기본적인 체크만 하고 있다”면서“현재 농식품부는 농민단체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입장을 합쳐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CPTPP 협상에 앞서 농업분야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CPTPP 11개 회원국의 농산물 개방률이 96.3%에 이른다는 점에서, 농업계가 주장하는 CPTPP 가입 저지에 대해 대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또 한편으로는 우리 농업의 피해에 대해 정확하게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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