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

 

 

최근 국내 양봉산업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국내 최대 밀원인 아까시나무의 자연적인 쇠퇴와 신규 조림기피 현상 등으로 분포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개화시기가 불안정하여 채밀여건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한때 주요 밀원이던 싸리, 산야초 등이 감소하여 전체 밀원수 면적도 현저히 축소되었다.

그러나 양봉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봉군 밀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내 양봉산업이 아까시나무, 단일밀원에 크게 의존해 이동양봉이 활성화된 것과 대부분의 양봉 종사자들이 밀원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밀이 이루어지고, 또한 자발적인 밀원숲 조성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에 기인한다. 


최근 산림청과 각 지차체는 국내 양봉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규모화된 밀원숲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더불어 고정양봉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정양봉은 4월부터 9월까지 개화하는 밀원식물을 이용하여 벌통의 이동없이 일정한 장소에서 연중 꿀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양봉산업의 약 70% 이상이 이동양봉 형태로, 주로 아까시나무가 개화하는 5~6월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동양봉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최근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남부와 북부지역의 개화시기가 비슷해져 채밀기간이 줄고, 잦은 강우와 기온저하로 채밀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이동양봉은 벌통 운임비 발생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특정 지역에 벌통이 밀집하여 발생하는 양봉가들 간, 그리고 산주와의 마찰 등 많은 갈등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동양봉의 대안으로 고정양봉이 부각되고 있다. 고정양봉 모델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개화시기가 서로 다른 밀원식물이 다양하게 대면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는데, 이는“어떤 나무를 심을까”와“어떻게 심을까?”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때 국내 양봉산업의 새로운 부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식물은 수종에 따라 밀원생산 능력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밀원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우수 밀원식물 발굴과 신품종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개화시기·수종별 밀원 생산성을 구명해 주 밀원과 보조 밀원으로 활용이 가능한 밀원식물을 발굴하고 있다. 더불어 조기·만기개화 품종과 다개화 품종을 육성하여 채밀기간을 연장시키과 채밀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우수한 밀원식물을 발굴하여도 종묘 보급이 어렵거나 재배관리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밀원단지 조성을 담보할 수 없다. 식물마다 생육가능한 기후대가 존재하고, 토심, 경사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므로 밀원식물의 생육 특성을 분석하여 적지적수(適地滴水)의 구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특용수종를 대상으로 수종별 생리·생태 구명, 묘목양성 기술, 식재 후 관리 기술 등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더하여, 고정양봉 밀원단지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층형 밀원단지 조성과 복합소득경영숲 조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층형 밀원단지는 주 밀원인 큰 나무 사이에 보조 밀원으로 이용될 수 있는 초화류나 관목을 식재하여 밀원 생산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이다. 밀원단지를 조성한 후 1~2년간은 초본류에서, 이후 3~8년은 관목류에서 채밀하고, 9년 이후에는 큰 나무를 이용해 벌꿀을 생산하는 구조이다. 여기서 초화류는 유채, 메밀, 배초향, 토끼풀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싸리류, 때죽나무 등이 관목으로는 적당하다. 주 밀원인 교목은 헛개나무, 밤나무와 같은 식·약용수나 피나무, 백합나무, 음나무와 같은 목재생산용 나무를 식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실증연구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밀원 특화단지 조성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실용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