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경기남부권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전국 농협RPC 쌀 재고량 60만톤  지난해 2배 규모, 창고마다 ‘그득’
“정부의 추가 수매 없으면,   수확기 햇곡 야적해야”볼멘 여론

 

전년보다 200톤가량 재고량이 많다는 팽성농협RPC는 지난해 수확기부터 판매 다각화, 할인판매 등을 일찍 시작했다. 그나마 창고에 다소 여유공간이 보인다.  
전년보다 200톤가량 재고량이 많다는 팽성농협RPC는 지난해 수확기부터 판매 다각화, 할인판매 등을 일찍 시작했다. 그나마 창고에 다소 여유공간이 보인다.  

 

 

 “이른 추석에 맞춘 수확기가 예년보다 2~3주 빠릅니다. 창고마다 벼는 가득찼고 한달뒤 햇곡은 받아야 하고…”


경기 안성시 양성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이종역 장장은 요즘 출근길이 고역이다. 예년보다 한달 빠른 추석을 50여일 앞두고, 창고를 비우고 햇곡을 들일 묘안을 짜야 한다. 950톤 가량의 재고미를 빨리‘털어야’하는데 방법이 없다. 묵힐 수도 썩힐 수도 없는 쌀 관리가 한계를 맞고 있다.


6월30일 기준으로 전국 농협RPC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은 59만6천톤에 이른다. 지난해 31만5천톤의 2배 가까운 물량이다. 농협RPC의 고민이 한눈에 읽히는 수치다. 


모든게 폭등한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유일하게 쌀값만 하락하고 있다. 생산비가 오르고 유통비용도 뛰는데, 소비자가격은 하락한다. 이런 쌀시장의 모순은 농민과 RPC의 피해로 고스란히 남는다. 


충남 아산과 맞닿아있는 경기 평택시 팽성농협RPC는 그나마 창고가 커 보였다. 벼 적재량에 비해 빈 공간이 넓었다. 담당자 황규철 과장은“예년보다 200여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수확기 이후 일찍부터 할인행사와 소비촉진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펼친게, 큰 어려움은 면하게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팽성농협 쌀 수매가가 조곡 40kg기준 7만5천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요즘 도매가격 4만원 이하(20kg들이 쌀 포대당)로 출하하는 것은‘팔수록 손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태라고 황 과장은 얘기했다. 


다시 45번 국도를 타고 서쪽 안성시로 30여분 이동하다보면 안성시 양성농협RPC에 이른다. 첫 인사에 인상좋게 미소짓던 이종역 RPC장장은, 취재가 계속되면서 서서히 표정이 굳어졌다. 


이 장장에 따르면 양성농협RPC는 약 3천200톤 규모로 그리 큰 RPC 시설은 아니지만,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800톤이 넘는 물량을 수매했다. 7만4천600원 수매가는 가공단가의 기준이 된다. 이를 매개로, 도매가를 산정해 판매망을 구축해야는데, 소비감소와 과잉 적재량은 가격 하락을 부추겼고, 밑지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적자 누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2억1천만원에 이어, 올해는 7억~8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 장장은“조생종 수확이 시작되는 8월말을 마감 시점으로 잡고, 창고를 비우려는 RPC측과 헐값을 기다리는 중간도매상들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라며“요즘은 너무 조급하다. 그냥 창고 밖에 야적한다는 생각으로 일처리를 하고 싶지만, 그것도 현실성없는 얘기”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 장장 말대로 벼를 야외에 쌓아둘 경우 산물벼의 습도에 따른 단기일내 제품 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종역 장장은“쌀값폭락이 지금은 벼를 보유한 RPC 운영관리에 국한된 문제로 보일수 있지만, 당장 올해(’22년산) 수매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재고미 처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농협의 경우 올해 3차 시장격리에 약 500톤을 입찰신청했으나 좌절됐다. 약 5만3천원대(40kg 조곡기준)로 매겨진 것으로 알려진 낙찰가격이, 적어낸 가격과 차이가 났다고 이종역 장장은 전했다.    


경기 용인 원삼면에 위치한 농협산하 통합RPC 또한 비슷한 처지다. 예년보다 1천톤 가까이 적재량이 많은 용인 농협통합RPC는 조생종벼 매입시기인 9월초순 이전까지 재고량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원삼RPC의 유기농쌀의 유통망이 비교적 학교급식등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용인통합RPC는 쌀값 하락으로 인한 체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천·여주와 인접한 이유로 용인의 수매가는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용인통합RPC는 마진율이 얇다.

최근과 같이 쌀값이 전국적으로 동반하락할 경우 용인통합RPC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통합RPC측이 직접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올해만 대략 20억 상당의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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