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 ‘운암마을공동체’

 

 

풍악을 울리고, 음식을 나누며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산제. 6·25 환난에도 맥을 이어가던 전라남도 운암마을 당산제는 1970년대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급속한 산업화로 농민들이 도시로 이탈하고 공동체가 와해되던 시점이다. 

우도농악보존회에서는 당산제를 살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을 통해 공동체를 다시금 모았고, 운암마을은 지난 40년 동안 잃어버린 전통을 되찾았다.

당산제가 사라지고 한참이 흐른 뒤, 운암마을에 한옥단지가 조성되며 젊은 이주민들이 유입됐다. 이주민 중엔 현재 우도농악보존회에서 공동체를 이끄는 최용 회장도 있었다. 전통 예술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주민과 옛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원주민들은 당산제를 살리고자 합심했다. 

 

 

2017년 처음으로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을 통해 우도농악보존회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모이기 시작했다. 당산제에 빠질 수 없는 전통음악인 농악과 사물놀이반이 꾸려졌다. 고작 1년 차, 서툰 실력이었지만 바로 그 해에 다시금 당산제를 열었다.

 
당산제가 사라진 지 40년 만이었다. 최용 회장은 그 당시 마을 주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주민들은 매주 모여 공동체가 더욱 끈끈해졌고, 또 다른 마을동제 중 하나인 백중제까지 되살릴 수 있었다.

 

 

사물놀이반엔 운암마을 부녀회를 주축으로 40~50대 부녀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끈끈한 여성 연대를 바탕으로 예술봉사를 실천한다. 기회가 닿으면 사회복지시설에 들러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 한마당을 펼친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사물놀이 장단은 더욱 경쾌해지고,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는다. 4년째 호흡을 맞춰가며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면민의 날 등 마을 행사나 지역 축제에도 초청될 정도다. 사물놀이로써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자체가 구성원들에겐 큰 보람이자 자랑이라고. 


운암마을 주민뿐 아니라 옆 마을 주민들까지 참여하며, 지역 네트워크까지 견고해졌다. 운암마을은 사물놀이로써 공동체와 나눔을 확장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가죽공예, 문학,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기도 한다. 영광지역의 예술가들은 돌아가며 인문학콘서트 형식으로 특강을 진행하고, 체험활동 코너도 준비한다. 주민들은 시를 쓰거나, 가죽으로 차받침을 만들고, 마을 풍경 사진을 찍으며 직접 예술가가 되어본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 주민들이 예술과 가까이 만나는 뜻깊은 자리다. 


지난 4년 동안 운암마을은 오랜 숙원이었던 당산제를 되살렸다. 주민들 사이의 유대도 다시금 견고히 엮었고,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있던 감정의 골도 메웠다. 제자리를 되찾은 운암마을의 공동체가 오래오래 평화롭게 유지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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