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달말부터 경제장관회의를‘비상경제장관회의’, 경제차관회의를‘비상경제차과회의’로 이름을 바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물가·경기 등 당면 현안에 대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드러내는 뜻이다.

정부의 비상체제 선포는, 논의 중 상반되는 여러 이견에 대해서 웬만하면 포용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깔고 있기도 하다. 기재부 주도의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공공창고에 비축한 물량을 방출하던지, 그게 안되면 긴급히 수입해서 풀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적정한 값에 팔 수 있도록 가격지지해야 하는 농정과제는 사실상 버렸다고 볼 수 있다.

비상체제를 이유로 댔지만, 명분이 약하다. 여기에다, 할당관세 혜택이라지만‘약발’이 다 된 수입산 돼지고기 시장 방출 건도, 알고 보면 농가 희생을 밑에 깔고 계획된 정책이다. 뿐만 아니다.

사료·비료 매입비 지원으로 농산물 생산비가 절감되고, 궁극적으로 원가절감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 정책도, 농가 입장에선 불만이 많다. 그 원가절감 효과를 국민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나서서 점검하라고 지시했는데, 생산자가격은 모르겠고, 소비자가격만 비싸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이문제도 따지고 보면 사료값을 지원한 것이 아니다. 실제 축산농가는 담보 여력이 없어서 사료구매지원자금을 더 이상 대출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빚내서 배합사료를 구입하고 싶어도 금융권 문턱이 높고, 정부는 여기까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비료값 인상분 지원 문제도 정부 생색용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무기질비료 인상분에 한해서, 그것도 정부 부담 비율은 극히 일부다. 농민들이 겪는 생산비 중 비료값인상분, 거기서도 무기질비료 인상분의 20% 남짓만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핵심국정과제로 삼은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농업의 생산기반을 보호해야 한다. 농민들이 생존의 한계를 느껴 떠나는 마당에 식량주권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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