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유례없이 가혹했던 봄 가뭄에 지친 농민들로선 굵은 빗줄기에 반갑지만, 한숨 돌린 틈조차 없이 시작된 장마를 가볍게 여기면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장마’ 는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전국적으로 내리는 비를 일컷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은 의미가 변한 지 오래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변화로 인해 이제 장마의 의미는 ‘넓은 지역에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 이 아니라‘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강하게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 형태로 변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곳곳에 이례적인 열대야가 발생하는가 하면 순간 풍속이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통상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던 장마전선이 오히려 남쪽으로 내려왔고, 시간당 30㎜가 넘는 폭우가 대처가 힘든 야간에 더 강해지는 특징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 여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지만 대기 불안정 및 평균 수온 상승에 따라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의 발생빈도가 예년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보했다.‘폭염-집중호우-폭염’이 반복되는 새로운 장마 형태는 기상청조차 정확한 발생 시기와 지역을 예측하기 어렵게하고 있다. 결국 농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전 대비를 철저히하는 수밖에 없다.

비닐하우스, 축사 등 보수가 필요한 시설물은 미리 보수하고, 만일에 대비한 수방자재도 확보해 둬야한다. 물 흐름을 막는 잡초 제거 등 배수로 정비와 장마 기간 동안 급증하는 병해충 방제 시기도 놓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장맛비로 인해 지체된 작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일을 할 때는 열사병 등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농작물 관리요령과 재해 정보도 수시로 파악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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