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공익직불금 등 주요 투자…

기재부,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 먼저”
“투자 대폭 늘려 농업인 행복 도모할 터”…

윤대통령 약속, 초장부터 ‘흔들’

 

 

 최근 기획재정부가 정부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제출받아 2023년도 정부예산안 조율과정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농산어촌 지원강화’를 농업부문 핵심 정책과제로 삼은 윤석열정부의 첫 농업예산 편성이 어떤 내용을 담아 국회로 넘겨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농업직불금 2배를 비롯 농업예산비중을 전체의 4%대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5월말부로 예산요구서를 제출한 농식품부는, 우선 대부분 장기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농업정책의 큰 틀은 유지된 상태에서 새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의 예산이 특징적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규모는 함구했다. 설명대로라면,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식량주권 확보와, 농업경영 안정화를 위한 사업, 농촌 맞춤형 사회 안전망을 비롯한 농산촌 지원사업, 탄소저감 R&D(연구·개발) 등의 환경친화 사업 등이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으로 쓰이는 특징적인 정책과제로 분석된다.  


내년 예산 편성 관련, 지난 3월 문재인정부 마무리에 2023년도 예산편성 지침이 나왔다. 이후 5월 13일 윤석열정부의 기재부는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을 위한 추가지침’을 또 냈다. 새정부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차원에서,‘살고 싶은 농산어촌 만들기’의 윤석열정부 정책과제를 실현하는 방향을 중점으로 예산을 짜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시사항을 부처별로 통보한 것이다.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실 담당자는 “부처별 예산요구 현황 자료를 놓고 집중적으로 심의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예년 수준에 준하거나 그보다 나은 규모의 예산이 요구됐다” 면서 “그러나 예산편성지침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예산 편성은 강도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고강도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첫해 농업예산이 두드러지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요원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도 그럴것이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재정여력 확보를 위한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담고 있다. 예산안 재정혁신이란 제목의 지출구조조정 계획은, 주로 농업분야 투자 방식으로 다뤘던‘직접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바꾸는 투자방식 전환을 담고 있다.

대규모 융자금을 정책자금으로 모두 전담하는게 아니라, 은행권 대출 이자차익만 도와주고, 나머지는 재정지출 재구조화를 도모하자는 내용이다. 농업분야 투융자를 제한해서 그만큼 예산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실집행률이 부진한 사업 또한 규모를 조정하는 등 구조를 개편키로 했다. 정부 재정사업 평가 결과 성과가 미흡한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최소 10%의 재정지출을 의무적으로 줄이겠다는게 정부 의지다. 문제는 농업투자사업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농촌공간재배치사업이나 탄소중립 관련 사업 등도 기재부의‘효율성 잣대’로는 중복 내지 비효율적이란 평가가 자명하다” 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정권초기이고 물가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예산 규모는 크게 늘어나겠지만, 농업분야에 대한 공익적가치를 평가해 투자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고 회의적으로 언급했다.   


농업 예산 확대가 어려운 또 다른 문제는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예산편성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라의 재원 관련 정책, 예산편성, 세제 등 모든‘예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재부의‘톱다운제’(top down, 기재부가 예산의 총액 한도를 결정하면, 이를 기준으로 각 부처가 한도내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 


기재부 한 관계자는 “국민총생산액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업총생산액, 5%미만의 농가비중 등을 감안하면 농업분야 투자 의도에 경제적 매력을 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 시각으로 농업예산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직언한 셈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