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

 박대조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 에서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 농업인단체 대표로서, 농업계의 절실한 뜻을 전달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삭발에 참여했다. 이렇다할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업계 요구와 의지를 전달할 생각이다.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선거 정국을 기회로 제시한 공약들이 상당부분 선거공약으로 나타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쭈삣쭈삣 하지만 제법 본디 모양을 찾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삭발집회 이후 지난 2달여간의 소회를 말했다. 과연 새로 들어선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농정을 보여줄 것인가? 지난 21일 박 회장을 만나 새정부·지자체에 대한 기대와 농정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새정부, 수면 아래 가라앉은
CPTPP, IPEF 피해대책 세우고
‘수매정책’ 부활시켜 식량안보 지켜야

농특위 활동·농업회의소 법제화 추진
아쉽지만 ‘우리 모두’ 위한 목소리로
농업·농촌 어려움 ‘돌파구’ 찾아야

 

 

정부가 지난해 12월 CPTPP 가입을 공식화하고 가입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고 앞으로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 다자간 무관세 수입농산물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농업피해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공언해온대로, 정부가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없었고, CPTPP 가입에 따른 피해액 산출근거도 제시한 바도 없었고, 더구나 정부 대책도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정부도 CPTPP 가입방침은 변화가 없을 듯하다. 
새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5주 가량 지난 터라 이 문제가 수면 아래에서 잠잠한 상황이다. 아직 어떠한 움직임도 없어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 (IPEF) 참여도 검토하고 있어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IPEF 역시 직접적인 농업피해가 예상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어 피해대책과 함께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새정부를 상대로 한 집회시위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농업계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집회시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어서 기존처럼 대규모 집회를 통한 대정부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

 

농업계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고향사랑기부금법’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방재정을 확충해 지방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농업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데 비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고향을 생각하는 기부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제도 활성화를 좌우할 듯 싶다. 특히 기부금 중 30%를 답례품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어떤 농산물 또는 농산물 가공품으로 선정하는가에 따라 지역농업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농촌지도자회는 작년부터 시군연합회 회원과 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를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적극적인 회원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 회원뿐만아니라 모든 농업인이 새로운 농산물 판로를 형성하고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후 우리의 낮은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쟁 때문에 밀이나 콩, 옥수수 같은 곡물수출이 안돼서 생기는 문제다. 당장에 밀가루나 사료 가격이 올라서 걱정이다. 단기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에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먼저 ‘수매정책’ 을 통해 정부 보유량을 늘리고 밀 같은 비인기 작목의 농가재배를 늘려야 한다.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밀산업 육성대책의 근간이 바로 이것이다. 혹시 모를 수급문제와 가격등락에 대비해 정부가 수매를 해줘야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2모작이 가능한 쌀 품종 개발과 작부체계를 보급하는 것이다. 밀, 보리, 콩, 감자 등을 수확한 후 단기간에 수확량이 높은 쌀품종을 재배해 수확하면 낮은 식량자급률도 식량안보 걱정도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최근 농어촌공사에 이 문제를 건의했는데, 논농사든 밭농사든 겨울철 시설하우스 농사든 언제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양질의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수리시설을 잘 갖춰야 한다. 미리미리 지하수 관정도 설치하고, 가뭄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수로를 설치해주면 좋을 것이다. 


수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쌀값 폭락도 큰 걱정이다. 이대로가면 연말에 쌀값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래서 3차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엊그제 농식품부장관을 만나 보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더라. 아마도 6월중에 공매 물량이 고시될 것 같다. 애초에 격리 물량을 적게 잡았고, 시기도 늦어서 정부가 자초한 문제이니만큼 향후엔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청했다.

 

회장님은 국민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농업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안은 있는가?
개인적으로‘도시농업’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사실 도시민들은 농업문제에 관심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농산물가격이 비싸면 비싸다고만 할 뿐 왜 비싸졌는지 근본적인 원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텃밭에 배추라도 한 포기 심어놓은 사람은 최소한 관심을 보인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적지 않은 사람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우리편이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집회를 할 때 같이 참여할수도 있겠고, 적어도 박수는 보내주지 않겠나 싶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농어촌특별위원회’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최근 동향은 어떤가?
그동안 농업현장을 돌면서 많은 활동을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 특히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큰 기대를 했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 이다. 사실 우리 회원들을 만나보면 관심이 거의 없고 거론조차 않는다. 다른 단체에 비해 연령이 너무 높은데다, 경험상 그동안 이런게 없어도 농사짓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업문제 해결 노력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해보지만, 아쉽게도 이게 현실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금의 중앙집중적 농정체제에서는 농어업회의소의 역할이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럴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많은 농업인단체가 농어업회의소 역할을 해주면 좋지만 단체별로 의견수렴조차 어려운게 현실이다. 따라서 반드시 농어업회의소가 아니더라도, 내 일은 아니지만 우리‘모두의 일’이요,‘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전달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농식품부장관에게 전달은 될 것 아니겠나.

 

상당수 농업문제는 농협이 제역할을 못해서 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농협에 ‘동반자’ 로서의 역할로 적극적인 경제사업 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도시지역 농협이 이른바 ‘돈장사’ 해서 번 수익을 경제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알아보니 금융사업으로 여·수신 자금이 1조원에 달하더라. 예를 들어 이 자금을 농업인이 농산물을 출하할 때 들어가는 운송료, 하차비 등 각종 수수료를 보조하는데 쓰면 경영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새정부와 새지자체에 바라는 말씀이 있다면.
농업·농촌의 현재를 살펴보면 어려움이 참 많고 돌파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농업·농촌을 유지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승계농, 신규 창업농, 청년창업농 등이 유입되도록 중점 지원해주길 바란다.

예를 들어 그들이 도심과 가까운 곳에 주거하면서 농장에 출퇴근 하도록 주거·교육·복지 환경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러면 농업에 희망과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자신한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소통하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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