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되는 사료 가격의 상승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조사료 수급상황도 악화되면서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해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우 산업의 수급 불안, 농림축산식품부의 낙농 제도 개편·모돈 이력제 추진, 가금 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등도 축산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국제곡물가 폭등에 사룟값 ‘천정부지’
한우, 사육마릿수 급증에 가격 급락
비현실적 낙농 정책에 낙농가 반발 
한돈협회, ‘모돈 이력제’ 재검토 요구
공정위 과징금 폭탄에 가금업계 벼랑끝 

 

 

 

원료수급 차질…사료 가격 급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배합사료 가격과 조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단계적으로 수직상승 한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원 달러 환율 상승 등 국제적으로 사료 원료 수급에 차질을 주는 여러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옥수수 톤당 평균 가격(운임포함)은 지난달 432달러로,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430달러를 넘어서는 폭등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초 거래 가격이 280달러 수준이었던 옥수수 현물이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사료용 대두박도 지난달 27일 기준 현물가격이 톤당 620달러로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이 같은 사료원료 가격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사료업체는 물론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조사료 또한 주요 주산국의 기상 악화와 물류대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수급 상황이 나빠져 가격이 전년 대비 30%가량 올랐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국내 조사료 수급 상황은 오는 7~8월이 최대 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축산농가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4달이 넘게 투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회장(가운데)이 농성장을 찾은 낙농가들과 낙농제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4달이 넘게 투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회장(가운데)이 농성장을 찾은 낙농가들과 낙농제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우산업기본법’제정 절실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축산관측)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한우사육마릿수는 334만2,000마리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12월 한우 사육마릿수는 354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출하 대기 물량도 많아져 한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1월부터 5월까지 한우 kg당 평균 도매가격은 1만9,61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생산비 가중으로 인한 한우농가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4월 기준 6~7개월령 송아지 가격도 전년 대비 암송아지는 23.1%, 수송아지의 경우 12.3% 감소해 번식 농가들의 경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우사육마릿수 증가 추세는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생산비 상승과 한우 가격 하락으로 중·소 한우농가들의 줄 폐업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한우 생산 기반 위축, 소고기 자급률 하락 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우업계는 농가의 자발적인 저능력 암소 감축 사업 동참과 함께 정부에 규제보다는 진흥 중심의 정책 시행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전국한우협회는 한우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한우산업기본법’제정·시행을 국회와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삼주 한우협회장은“한우산업기본법에는 한우산업의 구조 전환 방안, 축산기업의 진입 규제, 가족농 육성, 적정 마릿수 관리, 경영안정제도 확립,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수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어떠한 대내외적 상황에서도 한우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후손 대대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낙농 대책 재수립 필요

정부가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을 목적으로 내놓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포함한 낙농제도 개편안이 낙농가들로부터‘낙농 생산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투쟁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농가 양측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농성은 지난 23일 기준 128일째에 접어들었다.


현행 원유 가격 정책은 원유 생산비와 우유 가격을 연계해 원유 가격을 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 방식이다. 정부는 현행 정책을 우유의 수요가 감소해도 시장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현 정책이 낙농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용 등)로 구분해 가격 차등을 두게 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제도 시행 시 가공유 생산량이 증가해 농가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적용 첫해에는 농가 전체 판매수익이 1500억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 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실상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 이라며 정부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정부의 안은 낙농가에서 싼 가격으로 원유를 현재 생산량(쿼터)보다 더 많이 증산하면 농가의 소득이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원유 증산을 하려면 소를 더 키워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고, 사료가격 증가 및 엄격한 환경규제로 목장을 늘릴 수 없어 사실상 증산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계속된 사료가격 폭등과 일방적 낙농대책 추진, 유업체의 원유가격 협상 거부 등이 연속되면서 정부와 유업체를 향한 현장 낙농가들의 민심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고 밝히면서 “낙농가의 ‘생존권 요구’ 를 ‘기득권 보호’ 로 잘못 포장하고 농정독재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안을 고수할 경우 동시다발 낙농봉기가 불가피하다” 며 낙농가들의 실상을 반영한 정부의 낙농 대책 재수립을 촉구했다. 


‘모돈 이력관리제’ 정책 실효성 의문

한돈 산업에서는 정부의 모돈 이력관리제와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정책 추진이 농가의 불신을 사고 있다.


최근 정부는 참여를 원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모돈 이력관리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종돈장과 모돈 전문 사육농장, 모돈 200마리 이상 일관사육 농장 등 전체 모돈의 82%를 참여대상으로 했으나, 현장의 거센 반발로 참여를 희망하는 농장에 한해 시범사업으로 축소·변경됐다.


정부의 모돈 이력관리제 추진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농가 생산성 향상과 돼지고기 수급관리, 종돈 개량 확대 등의 효과에 목적을 두고 있다.


모돈 이력관리제는 개별 모돈에 귀표를 붙이고 돼지의 이동, 출하 등을 정부 전산시스템에 기록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대한한돈협회를 비롯한 양돈업계는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해당 정책이 사육마릿수를 제한하는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양돈업계는 ▲모돈이력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 ▲제도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다는 점 ▲모든 모돈에 귀표를 부착하고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현행 농장단위 이력제만으로도 정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모돈 이력제 추진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한돈업계는 또한 8대 방역시설 전국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올해 1월 12일 입법예고)의 개정 철회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농가들은 이동제한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계도나 벌금 부과 등 사전 조치 없이 곧바로 사육제한 조치를 받고, 2회 이상 어겼을 때는 농장이 폐쇄되어 생존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모돈이력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의 정책현안에 농가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전향적이고,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법이 모색되길 기대한다” 고 전했다.


계란, 정책 남발로 못살겠다 ‘아우성’

살충제 계란 파동이후 정부의 계란 정책 남발로 계란산업 종사자들의 곡소리가 요란해지고 있다. 현재 계란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HACCP인증원,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4개 기관에서 각각 정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으며 ▲계란껍데기(산란일자/농장고유번호/사육환경번호) ▲입고검사서(농장/산란일자/수량/거래일자 등) ▲식용란거래·폐기내역서(산란일자/거래일자/입출고수량 등) ▲식용란선별포장확인서(농장/이력번호/산란일자/수량 등) 등이다. 


정부는 ‘소·돼지 등도 전자입력을 실시하고 있으니 계란도 해야 한다’ 는 입장이지만 소나 돼지는 연간 축종별 60만~80만마리 수준인 반면 연간 18억개가 유통되고 있는 계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계란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억지 규제로 유통인들을 사지로 몰 것이라 아니라 계란정책과 관리의 일원화를 통해 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금업계, 과징금 핵폭탄 줄도산 위기

  가금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과징금 폭탄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공정위는 육계 판매사업자와 한국육계협회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토종닭·오리업계에도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판매가격과 생산량·출고량 등을 담합한 혐의로 육계 판매사업자 16개사에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 4월 18일에는 같은 이유로 육계협회에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해 연간 예산이 6억 원에 불과한 육계협회도 사실상 문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공정위는 또 지난 5월 토종닭 신선육의 판매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9개 토종닭 신선육 판매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억9,500만원을, 같은 혐의로 한국토종닭협회(이하 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400만원을 부과했다. 오리협회 등 업계는 오리 신선육 가격 또는 생산량을 담합한 제조·판매업체 9곳에 시정명령과 약 60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가금업계는 공정위의 제재 조치는 축산물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가금업계는 적법하게 실시된 수급조절 행위에 대해 부당하게 법의 잣대를 남용해 가금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품목별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계열주체들은 대형로펌을 통한 항소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입장인 반면 영세한 생산자단체들은 과징금 폭탄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공정위가 수급조절 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간주하는 기조에서 변화가 없는 만큼 과징금 폭탄 위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토종닭협회 관계자는 “수급조절 행위는 농식품부의 승인하에 추진했던 것이며 가격 상승보다는 가격 안정에 목적을 두고 있었음을 강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향후 토종닭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더라도 이 모든 책임은 공정위에 있다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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